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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전통 이은 국내 굴지의 직물 도매 시장|대구 서문 시장이 사양길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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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구 서문 시장 (대신동 115)이 최근 잇단 대형 화재와 경기 침체에 「오일·쇼크」까지 겹쳐 휴·폐업을 하는 점포가 늘어나 60여년간 지켜온 전통 있는 직물 도매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잃고 있다.
서문 시장은 연건평 1만2천14평에 3천8백92개 점포를 갖고 있으나 이중 「오일·쇼크」이후 5·5%인 2백15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서문 시장 제3지구 화재로 새로운 상권 형성을 위해 조성한 동산 상가도 입주자가 없어 1백80개 점포 중 66·7%인 1백20개 점포가 비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공휴일엔 영업 중이던 점포도 30% 이상 문을 닫고 있고 서문 시장은 겨우 명맥만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동산 상가는 불황 속에서나마 상권 형성을 위해 점포를 1년간 무료 임대 혜택을 주고 있으나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
제2지구 포목상 이준희씨 (37)는 『유가 인상 전만 해도 하루 평균 10만원 이상 매상을 올렸으나 최근엔 2, 3만원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7월초 동산 상가 양품부에 입주한 곽희연씨 (42·여)는 『한달만에 50만원이나 적자를 보았다』며 『고객들의 구매 성향이 백화점으로 쏠린 데다 긴축 정책·「오일·쇼크」 등의 여파가 겹쳐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영업 부진으로 점포 시세가 폭락, 1급지의 경우 지난해 평당 1천만원을 홋가하던 것이 30∼40%가 내려 6백만∼7백만원에 거래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중에 내놓은 점포는 많아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문 시장은 1913년 자연 시장으로 형성돼 57년 전인 1922년9월 공설 시장이 돼 그동안 전국 섬유류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호경기를 누렸고 70년 이전까지 만해도 경남북·충남북·전남북 등 삼남 지방 섬유 상권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부산 등지의 대 자본이 침식, 상품의 역류 현상과 함께 거래선을 거의 잃어 사양길에 접어들었었다.
더구나 71년 이후 5천만∼1백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대형 화재만도 23건이나 발생하는 등 잇단 재난을 겪었다. 【대구=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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