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CEO 활약 '수퍼 노인'도 등장 … 80년 후엔 한국이 세계 1위 장수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윤하(103·서울 영등포구)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성당에 간다. 기자가 집으로 전화해 “100세 할아버지 되시냐”고 묻자 “100세를 넘긴 지가 한~참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명확하고 힘 있는 목소리였다. 아내 김희옥(85) 할머니는 “70년 함께 살았는데 내가 봐도 참 곱게 늙었다. 이런 노인은 나라의 보배”라며 웃었다.

 한 할아버지처럼 100세가 넘은 노인은 1982명(2010년 기준)이다. 거주지가 명확히 확인된 사람만 이렇다. 명확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주민등록 통계로 보면 1만1130명이나 된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60년 100세 이상 인구는 8만4283명까지 늘어난다. 50년 동안 43배 증가하는 셈이다.

 현재 세계 최고 장수 국가는 일본이다. 유엔이 지난해 발표한 ‘2012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0년 일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한국은 80세로 17위. 하지만 30년 후에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홍콩에 이어 2위, 80년 후에는 세계 1위의 장수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평균 기대수명이 2045년 88.4세, 2095년에는 95.5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유엔은 또 앞서 발표한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2000년에는 평균 기대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6개국뿐이지만 2020년엔 31개국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세를 넘긴 나이에 사회에서 활약하는 ‘수퍼 노인’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방지일(103·1911년생) 영등포교회 원로 목사나 변경삼(100·1914년생) 창생메디칼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103·1911년생), 현역 회사원 후쿠이 후쿠타로(102·1912년생) 등이 있다.

 100세인의 장수 비결 첫째는 소식(小食)이다. 통계청이 2011년 100세가 넘은 노인 159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절반(54.4%)이 절제된 식습관을 제1의 장수 비결로 꼽았다. 육류보다는 채소류를 즐긴다. 다음으로는 낙천적인 성격(31%), 규칙적인 생활(30.9%) 등이다. 10명 중 7명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한윤하 할아버지도 비슷하다. “누굴 미워하거나 화를 내면 병나. 고마워요, 미안해요,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야.”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