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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숲에 갇히는 도심문화재|남대문은 20층 짜리 들에 짓눌려 품위 잃고 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남대문(국보1호·서울 남대문로4가29), 동대문(보물1호·서울 종로6가69)보신각(서울 종로2가102)등 서울 도심에 남아있는 국보급문화재들이 주변에 들어선 고층「빌딩」숲에 짓눌려 문화재로서의 경관과 품위를 잃고있다.
이 문화재들은 60년대 이후 도시개발과 현대화에 밀려 문화재보호법이 규정한 반경 50m의 좁은 보호구역에서 원형보존을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국보1호 남대문은 보호구역(반경 50m남쪽경계선에 바짝 붙여 들어선 높이 26층의「도쿄호텔」좌 21층의 대한화재보험「빌딩」(신축 중)에 짓눌린 데다가 서-북쪽 남대문재개발지구에 높이 16층의 대한상공회의소건물(남대문초등학교 부지)과 17층 짜리 대왕홍산 「빌딩」(일요신문사 부지)이 곧 들어서게 돼「빌딩」의 숲에 싸이게 될 운명이다.
남대문시장과 이웃한 남창동 꽃시장 자리와 일요신분사부지·남대문초등학교 터는 재개발사업법에 따라 도심을 다시 개발하면서도 건설부와 문공부·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남대문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짓도록 하지 않고 남쪽에 높이 21층(84m)연건평 1만2천8백 평의 고층「빌딩」을 세우도록 했으며 남대문초등학교 부지에는 높이16층(64m), 연건평 1만1천 평의 대한상공회의소건물·일요신문사부지에 높이 17층(68m·연건평 1만5천 평의「매머드·빌딩」)을 건축토록 할 계획이어서 높이 19m의 남대문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이같이 문화재근처에 고층건물이 마구 들어설 수 있는 것은 도시계획법 상 보존지구로 지정해 건축행위를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문화재의 보호 소홀은 오랜 문화재를 지닌 선진외국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일본을 비롯해, 미국·프랑스·영국 등은 법과 시 조례·관례 등으로 문화재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계획법으로「역사적 풍토 특별보존지구」를 설정, 건축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동경의 고성 앞 대수정 일대는 건물높이를 35m(제국「호텔」)로 묶어「스카이·라인」을 갖도록 규제하는 한편 고충건물은 부도심 권인 신숙·삽곡·상야동에 세우도록 해 도시기능을 조화시키고 있다.
미국「워싱턴」시는 문화적 유산이 모자라기 때문에 문화재보호에 온갖 행정력을 기울여 「워싱턴」기념탑이나「링컨」·「제퍼슨」「미머리얼」근처에는 일반주택이나 건물이 들어설 수 없고 국회의사당 근처에 의사당보다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없다.「프랑스」「파리」시는 시 조례로「파리」개선문주위 반경 2백m에는 고층건물을 세우지 못하도록 했으며「파리」중심가인「샹젤리제」거리는 건물높이를 가로수높이로 제한하고 있다.
건축가 장기인씨는 모든 도시개발에 문화재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을 현행 최고 1백m에서 2백m로 두 배정도 넓히거나 도시계획법 상 문화재보존지구를 설정해야 하며 창경원 경복궁 창덕궁 일대를 문화재 보존지구로 묶어 고층건물이 더 이상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건축가 김수근씨(42·공간사 대표)는 훼손된 문화재는 다시 찾을 수 없으며 더 늦기 전에 선대가 물려준 문화유산을 지켜야한다는 안목으로 도시계획을 다시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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