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의 건강 비타민] 이유 없이 늘 피곤하다면 … 수면무호흡증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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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피로가 줄고 저도 잠을 잘 자게 됐어요.”

 최근 인천시 최모(60·사업)씨의 부인이 병원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사연이 많았다. 2년 전부터 하루 종일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일에 차질이 생길 정도였다. 동네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종합검진 상담 과정에서 특이점이 발견돼 수면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는 중증 수면무호흡증이었다. 호흡보조장치를 이용해 치료를 시작했고, 2주 후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2012~2013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 412명을 분석한 결과, 만성피로가 있다고 답한 사람이 214명(52%)이었다. 이 중 87명은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한 만성피로를 겪고 있었다. 수면다원검사를 했더니 이들 중 17명이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으로 나타났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코골이·뇌파·심전도·맥박·산소포화도와 눈·가슴·배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수면장애 환자는 35만7112명으로 2008년 이후 연평균 11.9% 증가하고 있다. 수면장애 환자 중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만6168명이다. 남자가 2만852명으로 여자(5316명)의 3.9배에 이른다. 남자는 30대가 가장 많고 40, 50대가 뒤를 잇는다. 30~60대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는 50대가 가장 많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심하게 코를 곤다. 잠을 자지만 자는 게 아니다. 계속 깨고 뇌가 쉬지 못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99%가 만성피로를 호소한다. 잘 잊어버리고, 화를 잘 낸다. 또 비만·우울증· 집중력 저하 등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막혀 호흡이 정지되는 증세다. 코골이가 심하면 대부분 수면저호흡증이 오고, 아주 심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된다. 성인의 30~50%가 코골이 증상을 갖고 있으며, 이중 10~20%가 수면무호흡증이다. 증상에 따라 경증·중등도·중증으로 나뉜다. 중등도는 1시간 동안 숨을 쉴 때 저호흡이나 무호흡인 경우가 15~29회인 경우를 말한다. 중증은 30회 이상이다. 많은 연구에서 수면무호흡증이 오래 지속되면 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증·뇌졸중·발기부전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무호흡증의 제1 원인은 비만과 음주다. 둘이 겹치면 위험이 증가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목이 굵고 턱이 작으며 편도선이 비대할수록 많이 걸린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체중감량, 금연·금주, 규칙적인 수면, 잠잘 때 옆으로 눕기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체중 감량만으로도 개선되기도 한다. 이런 게 효과가 없으면 구강 내 장치를 달거나 수술 등의 처치를 받아야 한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체크업’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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