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번엔 암 … 다이먼, 고난의 행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제이미 다이먼

1일(현지시간)은 제이미 다이먼(58) 회장이 JP모건체이스에 입사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주인공인 다이먼 회장은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한 쪽도 안 되는 짧은 글을 JP모건 임직원과 주주에게 보냈다. “최근 후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황제’ 다이먼의 갑작스런 고백에 월가는 술렁였다. 그는 8주 간 방사선과 화학요법 치료를 받는다. 유럽 5개국을 돌며 투자자를 만나려던 원래 계획은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취소한 일정 가운데 그리스·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동도 있다”고 전했다. 치료가 그만큼 급하단 얘기다. 다이먼은 완치를 자신했다. 글에서 “경과가 아주 좋을 것이라고 의사가 진단했다. 조기에 발견돼 치료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컴퓨터 단층촬영(CT),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을 한 결과 목 외에는 전이된 곳도 없다”는 세부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면서 “치료 중이라도 회사 일은 평소처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JP모건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사회가 다이먼에게 보내는 지지도 견고한 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다이먼의 암 발병으로 미국 최대 은행의 후계 구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먼은 미국 금융계 최장수 최고경영자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해왔다. 이력도 남다르다. 그는 90년대 월가 황제로 군림한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의 촉망 받는 제자였다. 씨티그룹 후계자(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98년 회사에서 밀려났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그는 시카고에서 복귀에 성공했다. 2004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JP모건에 합류한 다이먼은 2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거머쥐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딛고 JP모건은 미국 1위 금융사로 올라섰다.

 기세 등등했던 다이먼에게 위기가 닥친 건 2년 전이다. 런던 고래 사건이 터졌다. JP모건 런던지점 직원이 파생상품 투기를 하다 60억 달러(약 6조원)를 날린 일이다. 다이먼은 사고를 은폐·축소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벌금으로 10억 달러를 물어야 했다. 사고는 연이어 닥쳤다. 묵혀왔던 주택담보부증권(MBS) 불법 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130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 징벌적 과징금을 맞았다. 그는 올 4월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일을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