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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對 진보' 예측불허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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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에 불러내느냐로 승패가 갈릴 겁니다."

'조직 대 바람'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4.24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갑구. 9일 고양동 S아파트 지하상가를 누비던 개혁당 유시민(柳時敏)후보는 이렇게 예측했다.

이날 후보 등록이 마감된 이곳 선거는 이 지역에서 다섯번째 출마하는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전 의원과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후보인 柳후보의 2파전.

여기에 하나로국민연합 문기수(文奇秀), 민주노동당 강명용(姜明龍), 사민당 김기준(金基俊), 무소속 이영희(李榮熙)후보가 추격하는 '2강(强) 4약(弱)' 구도다.

모든 후보가 투표율에 신경쓰고 있다. 한나라당 이은만(李殷滿)선대본부장은 "재.보선인데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상 가는 불경기로 투표율 30%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양시청을 들른 한나라당 李후보는 "1천6백여명의 우리 조직원들이 표를 끌어와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3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북적대는 柳후보 사무실에서 허동준(許同準)선대위 대변인은 "네트워크 전략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외부 지지자들로부터 지역구민들을 소개받아 이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 許대변인은 "이미 1천2백여가구의 인적사항을 확보,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이들이 인근 유권자를 소개해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柳후보 측은 아파트촌의 30~40대 샐러리맨들이 교통난 때문에 오전 6시30분부터 출근하는데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친다. "투표가 6시에 시작하는데 이들이 30분 만에 투표하고 출근하겠느냐"고 許대변인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이공환(李公煥)기획실장은 "28%에 이르는 호남 출신 유권자의 향배가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이들이 柳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許대변인도 "李후보가 호남, 柳후보가 영남 출신이어서 지역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싸늘한 선거 분위기다. 화정역 앞을 돌던 민주노동당 姜후보는 "선거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숱하다"고 쓰게 웃는다. 개혁당 오정례(吳正禮)유세팀장은 잠시 유세 차량에 기댄 채 "유세장에 한명도 없다"고 한숨 짓는다.

이날 오후 4시 고양동 고양삼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 李후보의 거리 유세에도 청중은 전혀 없다. 사람들이 지나다 힐끗 쳐다보는 게 고작이다.

후보의 지지 호소는 지나는 버스의 소음에 묻혀버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예정됐던 柳후보의 유세는 취소됐다. 차라리 거리를 돌며 사람을 만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빈병을 정리하던 약국 주인 洪모씨는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선거냐. 다음 총선까지 1년도 안남았는데 안하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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