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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반도체·자동차·건설·은행주 눈여겨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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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967.19에서 시작해 2002.21로 끝났다. 올 상반기 코스피 지수 얘기다. 상승률은 1.8%, 2000 선 부근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답답한 박스권 장세는 하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하반기 증시 전망이 그렇다. 다만 박스권 상단은 조금 올라갈 듯하다. 이들이 제시한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는 1900~2200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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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장들이 “하반기도 상반기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시장을 끌어올릴 요인과 시장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 병존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초 기준금리와 단기자금 금리를 인하하고 4000억 유로(약 554조원) 규모의 장기저리대출(LTRO)을 실시해 기업과 가계에 ‘실탄’을 빌려주기로 했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선 유보적인 모습이다. 일본 역시 최근 법인세 인하와 공적연금(GPIF)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점은 한국 증시엔 호재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금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경기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정책 모르핀(단기 부양책)이 투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악재도 만만치 않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기업 실적 하향 조정과 원화 강세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 가계 투자 여력 고갈, 외국인 매수세 둔화 등이 악재로 꼽혔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수출 성장이 더딘 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마저 장기화되고 있다”며 “내수 둔화가 불황형 흑자로 이어져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면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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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승장에선 대부분 종목이 고르게 올라 개인투자자도 수익을 내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횡보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지금의 장 상황”이라며 “개인은 금융상품을 활용해 간접투자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 기간을 짧게 잡고 지수가 1900 선까지 내려오면 사고 2000 부근에선 파는 식으로 단기투자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투자자라면 공격과 수비 양면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반도체·자동차 같은 수출주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바닥을 치고 상승할 가능성이 큰 건설·은행 같은 내수주가 공격 전략에 적합하다. 경기 방어용 전략엔 배당주 투자를 추천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횡보장이 장기간 지속되면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을 얻기 어려운 만큼 배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한국 주요 기업은 3·4세로의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오너의 배당 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세적인 원화 강세를 감안할 때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하반기에도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유망해 보인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미국 경기는 지난 4월 이후 경제지표가 되살아나면서 3분기부터는 경기 확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 역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경기 회복세에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더해져 투자 기상도가 흐리지 않다. 신동석 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편중 현상이 과도해 선진국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반론도 있다. 홍성국 센터장은 “미국 시장만 해도 지난해 25%가량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소폭 상승해 하락 위험이 크다”며 “자산 버블의 위험이 있는 선진국보다 지난해 상승세에서 소외된 한국 증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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