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찬장 등의 규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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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생활주벼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절약할수 있는 여지가 의외로 많다.
그 한 예가 옷장·찬장같은 가구류일 것이다.
주택을 지을 때 가구를 붙여놓으면 자원과 매번의 출비를 아끼고 거기에다 비용성도 훨씬 나을
텐데 우리는 그점을 그대로 지나치고 있다.
이에 착안한 보사부는 옷장·이불장·입식조리대·찬장등 가구를 주택에 고정시켜 짓도록 건설
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사부의 고정가구부설방안은 우선 표준주택을 지을 때 필수가구 등을 아예 붙여 짓도록하고
앞으로 주택개량을 할 때도 이에 따르도록 권유하겠다는 내용인 듯 하다.
그렇게 하면 출가할 때 옷장같은 것을 마련하는 힘겨운 부담도 덜어주고 집을 옮길 때도 간편
해서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우리의 주거생활은 오래된 격식과 인습에 얽매인 부분이 너무도 많다.
자녀의 출가때 옷장·이불에서부터 바늘에 이르기까지 생활도구를 장만하는데 힘에 겨운 부담
을 하고 있는 사례가 흔하다. 그래서 딸많이 가진 가정에서는 기둥도 남아나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변의위주의 생활양식이 요구되는 현대감각에 비추어 볼 때,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고쳐
야 할 것은 고치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외국의 주택구조를 살피면 필요한 장치물을 함께 지어놓아 우리의 집들처럼 옷장등이 따로 필
요없게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가정생활도 철저히 효율성을 찾아야 할 때다.
이는 가계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뿐만 아니라, 자주 거처를 옮겨야되는 인간생활에도 가장 적
합하게 고안된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가구류의 간소화를 소비절약측면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어떻든 주택구조의
혁신을 기한다는 뜻에서 적극적으로 실행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가구류의 부착을 실현키 위해서는 규격화된 조립식주택의 양산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현재 농가구조를 개량키 위한 표준주택설계도가 있지만, 이를 확대하여 도시에도 조립식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림으로써 부착가구류를 규격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립식주택의 설계에는 가구류를 대신 할 수 있는 장치물이 포함되도록 하면 될것이기 때문이
다.
그 다음단계로는 기존 가옥의 개보수때 가구류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에 붙여 넣을 수 있도록
조립식 가구를 많이 생산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하다.
또 지금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못쓰게된 가구를 버리고 새 가구를 사들이는 것이 상례처럼 돼
있다.
그럴 때도 간편하고 편리한 조립식 가구가 있다면 구태여 값비싸고 거창한 가구류를 새로 사들
일 필요성을 서민들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비단 가구류에 한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주구조 전체를 세밀히 연구해서 실생활에 알맞
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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