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먹기」 또 말썽…『아들은 강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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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판계의 고질적인 부조리인「베껴먹기」경쟁이 또다시 말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가
되 책은 일본작가「이시하라·신따로」(석원신태랑)의 자녀교육론『「스파트라」교육』. 『여원』
에서 지난 3월호 부록에『아들은 강하게 키워라』라는 제목을 붙여 이준범씨 번역으로 내놓은 뒤
민에사(대표 조정래)가 『아들을 남자답게 키워라』(동웅기택)로 개제, 단행본으로 내놓으면서 말
썽은 시작됐다.
그렇지 않아도 부록으로낸 이책에 대한 반응이 좋자 여원측에서 다시 단행본으로 낼 구상을 하
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친 민예사측이 얄궂게만 보였던 것.
○…이에「여원」이 조정래씨에게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조씨는『여원에서 부록으로 그책
을 내고 단행본은 내지 않을줄 알았다』면서 절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지형과 팔다남은 책 2천3
백부를 여원측에 맡겼다는 것.
이때 조씨는 이에대한 보상으로 2천3백부의 종이값을 요구했고 여원측에서도 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여원측이 약속한 종이값을 미루자 민예사는 다시 책을 찍어 시중에 내놓게 되었고 이로
써 말썽의 제2「라운드」가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여원사측은 잡지의 부록으로 나온 책을, 그것도 개제한 책의 제목까지 비슷하게 만들어서
뒤통수를 친것은『양식있는 출판인으로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일이 시끄럽게될 것
같자 지형까지 갖다 바치고도 상대방이 안심한 틈을 이용, 다시 책을 낸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사
술이라고 분개.
이에대해 소설작가이기도한 민예사대표 조씨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것도 아니고 따로 번
역하였음에도 괜한 물의를 일으킬까 두려워 자진해서 지형을 주었던것』이라고 초판본폐기의 경
위를 밝히면서 여원측이 이에대한 보상을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아『오기가 나서 재출판하게된
것』이라고 응수.
○…지난번 『모모』와『불확실성의 시대로』관계출판사들의 출협제명처분까지 빚었던 이「베
껴먹기」경쟁이 또다시 잡지사와 출판사간의 시비로 비화한셈. 관계자들은 번역물에 있어서는
「기득권」을 상호 존중하는게 출판인의 윤리라면서 출판의 후진성만을 드러내는 이같은 말썽은
이제 서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지않았느냐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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