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서양화가 오천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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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년전 도불해 묵묵히 작품세계를 다져온 서양화가 오천용씨(38)가 잠시 귀국해 그동안의 작품
을 선보인다(12∼18일·신세계미술관). 서울대미대를 나와 두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도 있는 오씨
는『6개월 예정의 짧은 그림구경여행이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단지 그들의 그림을 목격하는 것만
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허사였고 그때까지의 미술수업을 백지로 돌리고 공부를 시작했읍니
다』라고 한다.
유행에 휩쓸려 몰두했던 추상작업이 자신의 체질에 맞지않는다는 것도 알게됐으며 그래서「파
리」도착이후 구상회화로 전환했다. 「아카데미·그랑드·쇼미에르」와「파리」국립미술학교를
거치면서 오씨는「데생」과「크로키」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사실적인 묘사작
업의 준비과정을 오래도록 하는 것은 내 자신의 생각이 표현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기 위
해서이죠. 요즘도 매일「누드」「데생」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입니다.』「마티스」와「보나
드」의 「데생」력을 특히 좋아한다는 오씨는 그래서인지 70년대 초기작품에는 이들의 영향이 많
이 눈에 띈다.
『한작가의 작품 줄기를 죽 더듬어 올라가면 결국 선생의 영향을 배제할수 없지요. 그것을 딛
고 뻗어나도 계속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76년이후 오씨의 화면은 침착한「톤」으로
정리되면서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은 37점. 초기의 작품에서 부
터『아틀리에의 여인들』『대합실』등 이국적인 풍물을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구
상회화로 보여준다.
귀국후 오랜만에 찾은 국립 현대미술관이 마침 전시회 준비관계로 문을 닫고있었다며 『한나라
의 미술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오씨는 현재「파리」시가 운영하는 화실을 얻어 작품생활을 하며 부인과 2남1녀도「파리」에서
함께 살고 있다. 77년「프랑스」문화상에서 유화『마뉘탕시옹가』를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7월중
에 다시 도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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