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꼬마손님」옹기종기 한 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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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풍명월 인심 속에 꽃피우자 소년체전』이라는 표어 아래 실시되고 있는 완전 무료민박은 벌써부터 훈훈한 인정의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이번 민박에서 가장 많은 24명을 받아들인 청원식당(수곡동 94의 5)주인 최송자 여인(32)은 화제의 초점.
강릉이 고향인 최 여인은 민박실시가 결정되자 제일 먼저 자청, 고향인 강원도의 묵호 동호 국민 교와 거진 국민 교 남녀농구「팀」24명을 맡은 것이다. 12년 전에 이곳에 온 최 여인은 적수공권으로 갖은 고생을 다하여 이젠 종업원이 20여명이나 되는 싯가 5천만원 상당의 식당을 차리는 등 크게 성공했다.『이곳 인심이 너무 좋아 신세를 너무나 졌다.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면….』
눈시울마저 붉히는 최 여인은 이래서 보통 3∼4명씩의 민박을 선뜻 24명이나 받아들였다고 한다.『집에 있을 때보다 편하고 밥맛도 좋은데 다 아주머니가 엄마 같기도 하고 친누나 같기도 해요』동호국민학교 주장인 김훈기 군(12·6년)은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최 여인이 너무 고맙게 해준다고 말한다.
최 여인은 식사에도 신경을 써 아침·저녁엔 꼭 고기 국을 놓고 떡·과자·딸기·우유 등 간식도 하루에 3∼4차례씩 준비하는 한편 경기장엔 김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또 선수들에게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대회기간은 식당을 폐업, 관계자들을 더욱 감격케 하고 있다.
특히 종업원 20명에게 응원연습을 시켜 경기장에 데리고 나가 조직적인 응원 전 마저 펴겠다고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최 여인의 후의에「콜라」등을 기탁하는 독지가가 나오는 등『청풍명월 인심 속에 꽃 피우자 소년체전』을 도내 표어로 내건 청주체전은 풍성한 인심 속에「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소년체전이 이산가족을 극적으로 상봉시켰다.
재일 동포 여중부 농구선수로 출전한 박정미 양(14)은 생후 처음으로 할머니 좌정하씨(63·부산시 영도구 남창동 1가)를 만나 뜨거운 혈육의 정을 나눴다.
정미양은 아버지 박송응씨(39·일본「오오사까」)가 20년 전 일본에 건너간 후 일본서 태어났는데 평소 할머니와는 전화연락만 있었다는 것.
이번 소년체전 출전으로 아들의 연락을 받은 좌경하씨는 한달음에 정미 양이 있는 청주에와 처음 보는 손녀를 품에 안고 울었다.
또 이종욱씨(55·청주시 내덕동·주성의원 원장)는 실로 30년만에 4촌형인 이군열씨(64·강원도 속초시 설악 여중 교사)를 만났다.
이들 형제는 6·25사변직전 헤어진 후 소식이 끊겼는데 강원도 본부임원으로 청주에 온 형 이군열씨가 풍문에 들은 얘기(20년쯤 전에 동생 종 욱씨가 충북 도립병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내용)를 수소문한 것이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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