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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에 새 전염병…「짤짤이」노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부 중·고교생들 사이에 「짤짤이」라고 불리는 돈내기 노름이 성행하는가 하면 일부 재수생들은 어른들의 노름인 「포커」를 즐기고 있어 청소년 선도에 문제가 되고있다.
「짤짤이」「짤랭이」「쌈치기」등으로 불리는 이 노름은 한사람이 동전을 주먹에 쥐면 나머지가 3진법에 따라 하나, 둘, 셋의 숫자를 맞추는 것으로 처음에는 「버스·토큰」을 사용했으나 요즈음에는 1백원 짜리 동전으로 3천∼5천원씩 잃고 따는 도박성을 띠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학교교실이나 운동장, 어떤 때는 수업을 마친 뒤 학교근처 중국음식점이나 간이음식점의 방을 빌어서까지 이 노름을 벌이고 있다.
D중학교 3년 이모군(15)의 경우 신학기에 들어 반 편성이 새로 되면서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짤짤이」를 시작했는데 보름사이에 1만여원을 잃고 시계까지 학교 근처 음식점에 맡겼다고 했다.
B고교 1년 김모군(16)은 『수업 중간 D분간 휴식 시간이면 교실 모퉁이에 10여명씩 몰려 짤짤이 노름을 하느라 동전 소리가 요란하다』며 양쪽 주머니에 한웅큼씩 볼록하게 들어있는 동전을 보여 주었다.
일부 재수생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는 「카드」놀이는 판돈도 어른들 못지 않게 클 뿐 아니라 노름 종류도 「세븐·오디너리」「하이·로」「골프」「미드나잇」등 도박에 가깝다.
K학원 재수생 박모군(20)은 『비교적 가정형편이 넉넉한 집안의 재수생 가운데 「포커」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5∼6명이 「그룹」이 되어 학원이 끝난 다음 인근 여관을 빌거나 친구집 들을 돌아가며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S학원 종합반의 김모군(20)은 『두번씩 대학에 떨어지고 난 뒤 허탈과 괴로움을 잊으려고 손을 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행동과학 연구소 기획실장 오영환씨(심리학)는 우리나라 가정이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들에게 돈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소비 교육이 안된 것이 한 원인이라며 학생들이 언제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건전한 오락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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