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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 잘 쓰는 법 무료 레슨 DIY로 집 분위기 바꾸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1호 20면

2 ‘홈앤톤즈’ 1층 내부 모습
1 서울 삼성로에 위치한 ‘홈앤톤즈’ 전경

페인트 가게라 하기엔 지나치게 깔끔했다. 하얀 외벽에 통유리창으로 장식한 3층짜리 건물은 갤러리 같기도, 편집숍 같기도 했다. 건물 앞에서 페인트 칠하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을 보고서야 감을 잡았다. 그런데 잔뜩 쌓여 있어야 할 페인트 통들은 어디로 간 걸까.

페인트칠 사관학교, 서울 대치동 ‘홈앤톤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널찍한 공간에 햇살까지 가득 들어찬 덕분에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가 났다. 무엇보다 달랐던 건 냄새였다. 코를 찌르는 페인트 특유의 휘발성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서울 삼성로에 있는 ‘홈앤톤즈’는 삼화페인트가 지난해 말 문을 연, 일종의 플래그십 매장이다. 페인트 회사가 웬 플래그십이냐 싶은데, 허성(53) 사장이 그 취지를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스스로 만족하는 가치 소비가 중요해지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페인트라는 게 우리나라에선 참 뒤처져 있습니다. 그저 집은 넓어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흰색 일색이고, 색이라는 걸 두려워하죠. 더구나 사람들은 무슨 페인트 제품이 있는 줄도 몰라요.”

3 1층 구석구석은 방문객들이 색을 느낄 수 있게 꾸며졌다. 페인트 색을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샘플들과 함께 페인트로 그린 그림들, 패키지가 감각적인 페인트 제품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4 삼화페인트 허성 사장

950가지 페인트색 … 공간 시뮬레이션도 가능
홈앤톤즈는 이런 아쉬움에 부합이라도 하듯 공간을 꾸몄다. 1층은 철저히 색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은 하얀 캔버스에 물감 팔레트처럼 모양을 냈다. 이 벽을 미닫이 문처럼 옆으로 밀면 채도별·명도별로 정리된 컬러 샘플들이 한 가득 펼쳐진다.

그 반대편은 갤러리다. 벽 전체에 색감 짙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 윤지원·조국현 등 국내 회화 작가들의 작품인데, 특징이 있다면 모두 페인트로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다.

두 공간 사이에서는 방향제나 옷걸이 고리 같은 일상용품도 볼 수 있었다. 색감이 좋은 소품들은 판매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전시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이제 페인트 제품들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껏 보아온 포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아 색깔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모양새가 꽤나 감각적이다.

이렇게 잠시 색의 향연에 빠져 있다 보면 “우리 집도 한번 칠해볼까” 하는 마음이 동한다. 이런 방문객들을 위해 홈앤톤즈가 마련한 것이 컬러 컨설팅이다. 고객 스스로 원하는 집의 색을 찾아내는 과정인데, 서비스가 제법 세세하다.

사실 950가지나 되는 페인트 색깔 중 하나를 고르기란 막막할 터다. 이를 위해 홈앤톤즈에서 상주하는 디자이너들이 선택을 돕는다. 이들은 집의 가구 색이 뭔지, 아이들은 몇 명인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등을 물어보며 30분에서 1시간가량 상담을 진행한다.

공간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처음엔 색을 쓰는 일을 주저하던 고객들도 설명을 듣고 나면 생각이 많이 바뀐다고 한다. “아이방·안방·거실의 색을 제각각 달리 칠하는 과감한 도전에 나선 분도 계시다”는 게 허 사장의 귀띔이다.

5 건물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이 매장 컨셉트를 보여준다. 6 2층 강의실 옆에 마련된 북카페. 회원 누구나 무료료 이용 가능하다. 7 화사한 보라색으로 칠한 화장실 벽면 8 무료 강좌가 진행되는 2층 강의실
9 ‘홈앤톤즈’에서 볼 수 있는 방향제 소품

“집 칠하기는 가족 이벤트” … 강좌 마감 순식간
고객들로부터 도장(塗裝)을 의뢰받기도 하지만 홈앤톤즈는 스스로 칠하는 것을 권유하는 쪽이다. 집 전체가 힘들면 일단 방 하나부터라도 시도해 보라고 조언한다. “페인팅은 외국에선 가족 이벤트잖아요.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고 교육의 기회이기도 하죠.”

캐나다 이민 후 30여 년간 외국에서 지냈던 허 사장은 이제 우리나라에도 DIY문화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건비가 오르는 선진국에선 이미 당연한 현상이 됐죠.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까지가 ‘알아서 끝내(Have It Done)’라면 이젠 ‘스스로 해(Do It Yourself)’로 변하는 거예요.”

처음 붓을 잡는 이들을 위한 강좌도 마련했다. 3시간짜리 4회 수업이 기본이다. ‘칠하기’에 초점을 맞춘 수업(DIY)이 메인이지만 페인트와 아트를 접목시킨 수업도 있다. DIY 수업의 경우 접시·액자·책꽂이 같은 목재 반제품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연습하면서 기본기를 익힌다. 이와 달리 아트 페인팅 수업은 다양한 무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다.

각 수업은 한 반에 18명·10명씩 수강생을 받고, 한 달 평균 60명이 무료 강좌에 등록할 수 있다. 매달 말 신청을 받는데, 접수 시작 30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최근엔 인기가 높다. 주부는 물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들, 건물주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났다.

2층에 있는 강의실로 올라가 봤다. 널찍한 ㄷ자 책상 위에 개인별로 앞치마와 토시, 장갑, 드라이어 등이 놓여 있었다. 실습 재료도 모두 무료로 쓸 수 있어 몸만 와서 배우면 된다. 강의실 옆에 마련된 북카페와 무료 캡슐 커피 이용은 덤. 회원이라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화이트 보드 대신할 ‘스케치 페인트’의 매력
설명을 듣다 보니 궁금했다. 땅값 비싼 강남 한복판에서 건물 관리는 물론이고 무료 회원제로 상담과 강좌까지 공짜로 진행하는 이유가 뭘까. 허 사장은 ‘소비자 선택권’이란 말을 꺼내 들었다.

“지금껏 페인트 시장은 쓰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고르는 구조가 아니었죠. 도장 업자들이 알아서 해 주는 게 당연했어요. 그게 참 아쉬웠습니다. 저희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선 집에 사는 사람이 직접 좋은 제품을 알고 또 고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니까요.”

지금까지 프리미엄 페인트 시장은 외국산 제품이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허 사장은 “2년 전 개발한 프리미엄 페인트 ‘더 클래시’로 이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새집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포름알데히드와 중금속을 함유하지 않은 무독성 페인트로 업계 최초로 임상실험을 거쳐 국내와 미국에서 아토피 알레르기 케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화이트 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스케치 페인트’ 역시 비장의 카드다. 51가지 색 중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벽에 칠하면 언제든 마커로 낙서했다가 지울 수 있다. 화이트 보드 대신 레드 보드, 그린 보드 등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직접 써봐야 뭐가 부족한 것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다시 아이디어 삼아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이곳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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