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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작전으로 물가고를 이긴다…" 움츠러든 소비풍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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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풍조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소비절약시책이 추진되어온 지난3월부터 고급술집과 음식점등 유흥업소의 휴·폐업이 늘고있으며 귀금속상·수입상품상회 등 사치성업소가 파리를 날리고있다. 이는 당국의 소비절약운동과 더불어 물가고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시민들의 알뜰운동이 함께 효과를 거두고있기 때문. 서울의 경우 2월말 현재 휴·폐업한 각종 유흥업소가 1백4개소에 지나지 않았으나 3월에는 1백90개 업소, 4월에는 2백37개 업소로 크게 늘었다. 문을 닫지 않은 업소들도 대부분 장사가 안돼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사교장으로 즐겨 쓰던 고급술집을 기피하는 데다 공무원의 요정출입금지조치마저 내려져 손님이 대폭 줄었고 당국의 호화업종 중과세방침도 발표된 때문.

<요정·살롱가>
고급살롱이 몰려있는 서울 이태원동·와룡동·무교동 등 살롱가에는 요즘 손님이 없어 살롱 방매사태마저 일고있으나 살 사람이 없다.
가장 된서리를 만난 곳이 1백여개의 살롱이 몰려있던 이태원의 살롱가. 지난3월부터 손님이 끊기면서 이제 문울 열고있는 곳은 50여개 업소. 4인용 테이블 또는 10여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원형테이블 등 호화판 방12개를 가진 이태원 K살롱의 경우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예약을 안 하면 방을 얻기 어려웠으나 최근 들어 하루 3∼4개의 방에 손님이 들면 운이 좋은날이다. 전혀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 하루 2백만∼3백만원의 매상을 올리던 것이 50만원안팎으로 줄었다. 또 30여명이나 되던 호스티스도 뿔뿔이 헤어져 20여명이 나올 뿐이며 호스티스의 손님 겹치기는 거의 없고 공치는 경우도 많다.
K살롱 주인 L씨(36)는 궁여지책으로 낮에 경양식을 팔기 위해 방1개를 식당으로 뜯어고쳐 보았으나 손님 없기는 마찬가지.
또 영화배우 김 모씨의 전부인 김 모씨(50)가 경영하는 Y살롱(이태원)도 불경기 때문에 구조를 경양식집으로 바꿨다.
호화로운 실내장식으로 돈이 많이 든 이들 살롱들은 팔려고 내놓아도 값이 비싸 팔리지 않는다.
요정도 같은 경향이다. 청운동 C요정의 경우 소비절약풍조로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내국인은 한달에 10여명정도가 고작.
요즘은 관광객도 뜸해 11개나 되는 큰방이 파리를 날리고있다.

<고급음식점>
고급음식점·나이트·클럽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뜸하다.
회사일 때문에 1끼니식사에 l만원은 물어야하는 서소문동 H음식점·저동 P음식점을 찾던 정태호씨(39·서울 성산동)는 회사의 긴축방침으로 요즘 l명에 5천원꼴인 각 호텔의 부페로 손님을 접대하고있다.

<다방>
소비절약은 다방가에도 번져 한잔에 4백∼5백원씩하는 호텔 코피숍은 한산하다.
C호텔의 코피숍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일반다방처럼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2월부터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내국인들이 호텔 투숙객을 방문할 때 외에는 이용을 거의 않기 때문.
또 자동판매기가 설치된 빌딩근방의 다방들은 매상이 30%나 줄었다
서소문동 O다방의 경우 항상 앉을 자리가 없었으나 근처 빌딩에 자동판매기가 설치된 후 빌딩사원들이 30원을 아끼느라고 다방을 안 찾아 매상이 30%나 줄었다.

<사치성상품>
귀금속이나 피아노 등 사치성상품도 덜 팔린다. 서울 충무로2가 피아노대리점 조율사 노승록씨(28)에 따르면 지난 연말까지 예약러시를 이루던 피아노예약이 이제는 뜸해졌다.
웃돈까지 주어야했던 피아노가 구두예약으로도 1개월 안이면 출고된다.
상류층만 찾아 거의 경기를 안타는 수입피아노도 판매고가 절반으로 줄었다.
명동 M귀금속상은 3월 들어 결혼예물용 다이어반지는 1개도 팔지 못했다.
또 J시계점 주인 노신헌씨(41)는 『롤렉스, 오메가 등 고급시계는 당국의 단속과 소비자들의 절제로 거의 안 팔려 요즘은 아예 취급도 안 한다』고했다.

<고급양복점>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명동경기도 이제 한물갔다.
K양장점 디자이너 유영진씨(28) 는 『여성의 허영심리를 자극, 물건을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l개월에 1백20벌의 주문이 들어오던 것이 요즘은 70벌 정도로 줄었고 그래서 값도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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