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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물 기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옛서울의 풍물가운데 골목을 누비며 다니던 생선장수가 있었다.
『생선 비웃들 사려!』요즘 아이들은 어리둥절하겠지만 서울토박이 어른들은 향수를 느낄 것이다.
「비웃」은 청어를 말한다.『명물기약』이라는 고서에 따르면 값싸고 맛있는 이 청어는 서울의 가난한 선비들을 살찌게 했었다.
소금에 절인인「간청어」도 있었다. 산간 마을에 까지도 퍼져 한때는 우리 국민의 중요한 보건식의 구실도 했다.
이 청어는 동·서해로 나뉘어 동해청어는 함남북·강원·경북연안 일대에 분포되어 있었다. 서해청어는 중부인 황해·충청연해에서 잡혔다. 서해의 주산난장은 충남안흥과 황해 용호도 근방. 1934년까지도 동해에선 년5만t이나 잡혔다.
그런 청어가 요즘은 귀물이 되었다. 벌써 60여년전부터 시름시름 자쉬를 감추기 시작했다.어류학자들은 그 원인을 남획으로 지적하고 있다. 산란도 하기 전에 모조리 잡아버려 씨를 말린 것이다. 동해 산란장의 하나이던 함북 영일구지역은 요즘 해수오염으로 더욱 이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명태도 비슷한 운명에 있다.『우리나라의 3백년보물』이라던 명태를 지금은 멀리 북양에서 잡아온다. 물론 맛도 옛날의 그것이 아니다. 한류생 어류의 대표적인 물고기가 한류의 동해에서조차 점점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런 어종가운데는 정어리도 있다. 한때 이 물고기는 일본해군이 사용하던 기름의 절반이나 공급하고 있었다. 제2차대전때, 우리나라 정어리는 그무렵 년간1백2O만t이나 잡혔었다.
한 일화가 생각난다. 실용욱(작고)이란 비행사가 해황조사를 하다가 동해에서「이상한 섬」을 발견했다. 물론 지도에도 없는 섬인데, 그것은 확인할 때마다 위치가 달랐다. 나중에 알고 깜짝놀란 일이지만, 정어리떼였다고 한다.
이런 정어리가 벌써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다. 난류를 좋아하는 이 물고기는 해류를 추척해도 옛날과같은 떼거리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최근우리나라 삼해에서 발견되는 어보는 이변을 보여주고있다. 명태·정어리·조기·오징어등이 뜻하지않은 곳에서 출몰한다는 것이다.
필경 해류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같다. 게다가 해수의 오염현상마저 겹쳐 물고기들은 어디 마음놓고 꼬리를 흔들데가 없다.
앞으로는 신『명물기약』을 쓰려고해도 무엇을 써야할지 모를 세상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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