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혐오」가 안겨준 「정책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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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총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이 패배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겨울에 있었던 각종 파업사태에대한 반발이었던 것같다. 표분석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면 주부층과 젊은「화이트·칼러」 근로자들 사이에서 반란표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거리마다 쓰레기가 쌓이고 식료품이 바닥나고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는등 혼란했던 겨울의 기억이 작용했던 것같다. 그러나 보다넓게 보면 보수당의 승리는 전반적인 서구 경제의 침체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동당이 추진해 온 사회주의 정책에 중산층이 반발한 결과라고 봐야될것 같다.
그런점에서 보수당의승리는 미국에서 일어나고있는 「앙금반란」과 공통점이 있는듯 하다.
부의 축적이 계속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의 균등분배란 중산층의 회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으로 생산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83%까지 부과된 높은 소득세 부담으로 노동당에 대한 불만은 점차 커져갔다.
영국노동자의 절반 가까이를 포용하고있는 영국노조회의(TUC)에서도 노동당지지도가 3분의1로 줄어들어 노동당의 근거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여름 노조원만을 상대로한 여론조사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노조의 힘이 너무 강했다」는 쪽이 68%나 됐고 58%는「일부과격주의자가 노조를 지배한다」고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보수당의 승리를 서구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공통으로 당면하고있는 위협이라고보는 측도 있다.
영국과 「에이레」를 제외한 EEC(구주경제공동체)의 7개국에서는 과반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없는 가운데 한때 전성시대를 누렸던 「유럽」사회당들은 모두 고전을 겪고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보는데는 흠이 있다.
우선 보수당의 승리를 우경화현상이라고 이면적으로 해석할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표의 분포를 보면「런던」을 중심으로한 남부지방에서는 반란표가 8%나 되지만 북쪽으로가면서 3%이하로 줄어들고 「스코틀랜드」로 가면 오히려 노동당쪽으로 반란표가 쏠리고있다.
그래서英國의「매스컴」들은 전례가 없는 이번 선거의 혼란된 표분포를 놓고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고민이다.
「영국의 위대성」을 되찾기위해 방향전환을 해야된다고 역설해 온 「대처」여사의 경우도 고민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고통을 가져오더라도 산업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위해 사회주의정책들을후퇴시키겠다고 했지만 예컨대 노조의 정면도전이 있을 때 그것을 실력으로 믿고 나갈수 있을만큼 현재의 보수당 의석으로는 충분치 않으리라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 보수당이 스스로 내건 보수적인 정책들을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보수당정권의 초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패배한 노동당쪽에서는 그쪽대로 실패에대한 책임을 둘러싼 좌우파간의 분규가 예상된다.
우파는 좌파가 너무 강경한 사회주의를 주장해서 노동당이 인기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좌파는 「캘러헌」을 중심으로한 우파내각이 너무 보수정책을 폈기때문에 노동당의 이념을 배반했다고 불만을 품고 있다.
어느쪽이 이 싸움에서 득세하느냐도 노동당의 앞날을 점치기위해 큰 관심거리다.
보수당집권으로 예상되는 외교면의 변화는 대소련·대「아프리카」 관계에 국한될 것같다.
대소련관계의 경우 「대처」여사는 중공과 EEC가 대소련연합전선을 펴야된다는 중공측 설득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소련의 불만을 사고있고 또 「데탕트」에의 영향을 염려하는 미국을 불안케하고 있다.
「아프리카」정책에 있어서 「대처」 여사는 「로디지아」의 백인우월정부를 인정할 뜻을 표명했고 「로디지아」 봉쇄를 풀 의향까지 보였는데「아프리카」흑인세력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카터」정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여성수상의 등장이상으로 자주 세계의 「매스컴」에 오르내릴것이 틀림없다. 【런던=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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