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는 자동차 … 안드로이드, 네 덕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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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올린 개발자회의(I/O)에서 구글은 웨어러블(입는) 기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3종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LG전자의 ‘G워치’, 삼성전자의 ‘기어 라이브’, 모토로라의 ‘모토 360’. [샌프란시스코 AP= 뉴스1]

운전자가 “가까운 주유소로 안내해줘”라고 말하자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파악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음성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하는 가수의 음악을 ‘구글 뮤직’을 통해 감상할 수도 있다.

 상상이 아니다. 구글이 2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올린 개발자회의(I/O)에서 선보인 스마트카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의 주요 기능이다. 구글은 이르면 올해 안에 현대차·BMW·아우디 등을 통해 이런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스마트TV를 위한 ‘안드로이드 TV’, 웨어러블(입는) 기기를 위한 ‘안드로이드 웨어’, 자동차를 위한 ‘안드로이드 오토’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공개했다. 컴퓨터·스마트폰에서뿐 아니라 사용자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까지 언제 어디서나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구글 에브리웨어’ 전략이다.

구글의 스마트카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를 시연하는 모습. [샌프란시스코 AP= 뉴스1]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목소리만으로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였다. 구글이 개발한 음성인식 개인비서 서비스인 ‘구글 나우’가 적용됐다. 내비게이션에는 구글 맵과 검색기술이 적용됐다. 빠른 길 안내는 물론 다양한 맞춤형 정보를 표시해준다. 순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편하고,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TV’로 안방까지 넘보고 있다. 사용자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태블릿PC의 콘텐트·게임·검색 등 기능을 그대로 스마트TV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예컨대 퇴근할 때 시작한 스마트폰 게임을 집에서는 TV를 통해 이어서 즐기고, 원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TV에서 검색해 바로 시청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사용해 TV를 조작할 수도 있다. 올해 가을 소니·샤프 등 주요 제조사는 이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넷 등 주요 외신은 “이미 스마트TV 시장에 진출한 애플·아마존 등과의 플랫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사용자의 손목도 안드로이드 세상이다. 구글은 I/O에서 ‘안드로이드 웨어’를 처음 적용한 스마트워치 3종을 공개했다. LG전자의 ‘G워치’, 삼성전자의 ‘기어 라이브’, 모토로라의 ‘모토 360’이다. 음성명령 지원, 날씨·뉴스 정보 외에도 새로 선보인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을 통해 심장박동 등 건강·체력 등을 점검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원’도 내놨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소 제조사도 1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쉽게 단말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의 생산은 제조사에 맡기되 구글이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통해 품질을 보증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을 노린 ‘클라우드 플랫폼’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새 버전도 소개했다. 새 버전의 공식 명칭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그간 구글이 ‘애플파이(A)’에서 ‘킷캣(K)’까지 알파벳 순서로 간식 이름을 택했던 점을 감안하면 ‘롤리팝(L)’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이날 구글 I/O에서는 ‘2NE1’의 ‘롤리팝’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행사의 ‘명품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의 기능을 10여 분간 설명하면서 주요 기능을 LG전자의 ‘G워치’로 시연했다. G워치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대표하는 스마트워치로 소개된 셈이다. G워치와 기어 라이브를 전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스도 참석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또 현대자동차의 쏘타나는 쉐보레·아우디·혼다와 함께 안드로이드 오토의 시연 차량으로 행사장에 전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녹스, 안드로이드에 통합=한편 삼성과 구글은 이날 삼성전자의 핵심 보안 기능인 ‘녹스’를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녹스는 삼성이 미국 국방부 등 공공부문과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도입한 보안 솔루션이다.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부사장은 “삼성뿐 아니라 LG·HTC·레노보 등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녹스가 탑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모바일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과 구글은 올 1월 두 회사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공유하는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손해용 기자, 서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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