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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재정을 헌법으로 금지하자" 미국에 개헌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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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4백억∼5백억「달러」의 적자재정을 짜고있는 미국에서 최근「균형 예산의 원칙」을 헌법조문으로 명시해야한다는 논의가 크게 일고 있다. 나라의 기본법에 예산편성 지침을 삽입해야 되느냐는 점을 놓고 찬반 양론이 구구하지만 그런 논의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균형예산 요구는「카터」대통령이 연방예산의 낭비를 줄여 80회계연도까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꾀하겠다고 한 선거공약도 있던 터라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일부 주를 중심으로 헌법수정을 위한 연방의회의 헌법회의소집요구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이 헌법 수정론은 연방정부의 예산이 해마다 불어나고 있지만 그것이 국민에게 속원되지 않고 오직 관료조직을 비대화시키고 각종 이익단체의 배만 불려주어 왔다는 비판을 바탕으로 지난해의 전국적인 감세 운동이 가미되어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달 초순「인디에나」주 회의가 헌법회의소집을 채택함으로써 헌법수정에 찬성하는 주는 29개 주로 늘어났다. 게다가 민주단안의 일부 보수파와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들까지 가세하고있어 현실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5개 주만 더 찬성 결의를 하면 전체 50개 주의 3분의2이상에 달하게 되어 연방의회는 법에 따라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공화당 쪽에서는 그들이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오하이오」주와「뉴햄프셔」주를 상대로 맹렬히 설득작업을 펴고있다.
미국 헌법 제5조에 규정된 헌법 수정절차는 『연방 상·하원의 3분의2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하는 방법과 50개 주 의회의 3분의2이상의 요구로 연방의회가 헌법회의를 소집하는 방법』등 2가지다.
지난해 6월 주민들이 이른바 「제안 13」을 발의, 투표에 의해 감세 조치를 성공시켰던 「캘리포니아」주의「브라운」지사도 찬성, 공화당의 헌법수정요구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주민들의 반란」으로 불렸던 감세 운동은 이제 헌법이라는 고지까지 공략하려 하고있다.
연방의회는 의회대로 균형예산에 대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현재 연방하원 법사위는 이미 68개의 균형예산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얼마 전 균형예산을 위한 헌법수정문제의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나온 「아더·번즈」등 보수파 경제학자들은 헌법수정안이 적자재정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보파인「폴·새뮤얼슨」교수(MIT 대)는 『아무리 현 재정제도에 결합이 있다고 해도 장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경제문제를 놓고 균형예산에 관안 헌법수정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헌법으로 예산제도를 묶어 놓으면 경기불황 때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조절의 기능을 잃게되며 대공황이나 전쟁 같은 돌발사태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해야한다는 논란은 엉뚱한 곳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즉 헌법수정회의를 소집하게 되면 인공유산금지 등 다른 문제까지 거론하자는 주장과 겹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서 민주당과「카터」정부는 헌법수정 발의를 저지하기 위해 노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역사상 주 의회의 발의에 따른 헌법수정 움직임은 3백 회가 넘지만 한번도 성사된 예는 없다.
지금까지 가장 심각한 현실문제로 대두된 예는 1967년 인구비율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 요구였다.
이때 50개 주의 3분의2이상에서 1개가 부족한 33개 주가 헌법수정을 위한 헌법회의의 소집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끝내 1개 주가 가담하지 않았고 각 주 의회가 스스로 인구비율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했기 때문에 이 요구는 유산되고 말았다.
이런 전례로 미루어 이번 균형예산 원칙에 관한 헌법수정 논의도 현재로 보아서는 달성될 전망이 적고 대통령과 의회가 균형예산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뉴욕=김재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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