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네갈」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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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부「아프리카」「세네갈」공화국의 「상고르」대통령이 우리 나라를 공식 방문하여 박정희 대통령과 23일 1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는 원내의 이 귀빈을 충심으로 환영하면서 그의 방한을 계기로 두 나라간의 더욱 긴밀한 관계증진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첫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의 경제협력 및 문화교류의 증진원칙에 합의하고 기술협력 협정과 문화협정을 체결키로 했다고 한다. 정상간의 이 같은 원칙합의는 앞으로의 관계 증진을 위한 귀중한 첫걸음이자 교류확대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주지하다시피「세네갈」은「아프리카」에서도 드물게 보는 정정이 안정된 나라로서 독립이후 군사「쿠데타」를 겪지 않은 몇 나라 중의 하나다.
「상고르」대통령은「세네갈」독립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60년에 독립된 후 지금껏 5선의 대통령으로 재임중인 명실상부한 「세네갈」의 국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치가일 뿐 아니라 시인이자 철학가·사상가로서 불어권「아프리카」 지성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시는 몇 차례「노벨」문학상후보로 추천됐고 시외에도 철학·사상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갖고 있다.
「상고르」 대통령의 지도아래 친서방·비동맹의 온건 노선을 걸어온 「세네갈」은 서부「아프리카」인접국가들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단결기구, 서부 「아프리카」 경제공동체 등의 수요 회원국으로서도 그 영향력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우리 나라와는 지난 62년에 수교한 후 7O년까지는 「유엔」등에서 우리 입장을 지지해 왔으나 72년 북괴와의 수교, 74년 「상고르」대통령의 평양방문 등을 계기로 「유엔」총회에서 북괴 안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74년 한국이 「세네갈」에 상주대사관을 설치하고 경제성장과 함께 국위가 높아지면서 차차 한국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점으로 보아 이번 「상고르」대통령의 방한은 한국의 대 비동맹외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몇 년 전 북한을 다녀온 「상고르」대통령 자신도 이번에 실제 남북한을 눈으로 비교하고 실상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아프리카」각국 지도자간에 갖고 있는「상고르」대통령자신의 비중이나 서부 「아프리카」제국에 대한 「세네갈」의 영향력 등을 생각할 때 그의 방한이 한국의 대「아프리카」외교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점에 관해 「상고르」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를 거는 마음 간절하다.「유엔」에서의 남북한 간 율대결 상황이나 비동맹권 외교경쟁 또는 장차 경제협력 등에 있어 대 「아프리카」 외교의 중요성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상고르」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양국간 협력 가능한 분야의 확대를 통한 실질관계의 발전에 성의를 다하도록 당부한다.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번 「상고르」대통령 부처의 방한이 양국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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