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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을숙도 교향악단'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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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을숙도교향악단 단원들이 7일 신라대학교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시민의 쌈짓돈으로 운영되는 시민자치예술단인 '을숙도 교향악단' 이 부산에서 탄생했다.

12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창단 공연을 하는 이 교향악단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연주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창단을 주도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정두환(43)씨는 "부산의 11개 대학에서 해마다 700여 명의 음악 전공자들이 배출되지만 10여 명만 부산시립교향악단 등에 들어가거나 개인교습소를 차릴 뿐 대부분 실직 상태인 현실이 안타까워 악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이 악단은 개인회사로 지난달 세무서에 등록했다. 개인회사로 할 경우 노동부에서 1년간 중소기업 청년고용촉진장려금(1인당 60만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교향악단은 연간 20억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운영비를 노동부의 고용촉진장려금과 시민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현재 지역 의사회.약사회.한의사회 등 단체와 일부 기업이 후원에 참여하고 있고 '시민펀드'도 모집 중이다. 정 감독은 "지금까지 모은 기금액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향악단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0~30대 음악가 87명으로 구성됐다. 정 감독은 "규모는 국내 최대인 KBS교향악단 다음"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최저임금(64만1700원) 수준의 급여와 함께 의료.고용.산업재해 등의 보험 혜택을 받는다. 악단 측은 후원금이 많이 모이면 단원들의 월급도 인상할 계획이다.

악단은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환경 오케스트라'를 표방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의 황폐화를 막자는 뜻에서 악단명도 '을숙도 교향악단'으로 지었다.

악단은 시민들이 찾아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민 곁으로 다가가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낙동강 수계 지역을 직접 방문해 '철새도래지 환경음악회' '낙동강 바지선 음악회' 등을 열어 음악을 통한 환경 사랑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미 3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부산을 찾은 '그린피스 레인보 워리어호'를 환영하는 음악회를 열었다. 다음달엔 부산 금정산 살리기 축제에 참가해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악단은 이번 창단공연 입장료로 폐건전지 2개를 받는다. "환경 사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취지에서다.

정 감독은 "앞으로 연극과 국악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단원도 25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며 "시민 손으로 운영되는 '을숙도예술단'의 설립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고용촉진장려금 지원이 1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내년 이후엔 순수하게 시민이나 기업의 지원으로만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악단은 창단공연에서 '세비야의 이발사''카르멘' 등을 연주한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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