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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독 해독제를 합성 쥐 실험서 90% 효과-경북대 농대 서정훈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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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년간 연구해온 독사치료약 개발이 이제 겨우 한가닥 빛을 본 것 같습니다.』
남들이 징그러워하는 뱀, 그것도 독사와 더불어 17년간 살아오며 독사치료약개발에 몰두해온 서정훈 교수(50·경북대농대농화학과)의 말이다.
독사치료약 개발에 몰두한지 13년만인 지난 75년 푸른곰팡이에서 빼낸 물질이 의외로 시험관속에서 90%이상 독사 독에 대한 화학적 해독작용을 일으키자 서 교수는 생체(생체) 실험에 몰두. 최근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서 교수는 자신이 명명한 「ISV3」이란 이물질이 인체 내에서도 큰 효험을 볼 것이란 기대 속에서 오늘도 실험에 여념이 없다.
서 교수가 독사 치료약연구를 시작한 것은 62년4월.
『세계적으로 연간 약1백만명이 독사에 물리는 데다 10만여명이 목숨을 잃고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연간5백∼1천명이 독사에 물려 고통을 받거나 목숨을 잃는데도 뚜렷한 특효약이 없는 것이 안타까왔습니다.』 독사치료약 연구동기를 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독사치료약으로 개발된 항혈청주사는 큰 효험이 없고 부작용이 많은데다 의사의 입회아래 주사해야하므로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감안, 자신의 전공을 이용한 화학요법을 개발하기로 결심했었다.
지금까지 서 교수가 독을 채취한 독사 수는 줄잡아 1만여마리. 치료약개발을 위해 추출한 동·식물·미생물 물질만도 5천 여종에 이른다.
생체실험에 효과를 본 「ISV3」을 개발하기 전까지 13년 동안 추출한 5천 여종의 물질을 시험관속의 각종 독사 속에 투여하면 항상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재를 털어 전국곳곳의 뱀탕집을 찾아 독사 독을 채취하여 애써 추출한 물질을 투여, 실패로 끝나면 다시 도전, 집념을 불태웠다고 서 교수는 지난날을 회상한다. 뱀 박사란 애칭(?)을 얻고있는 서 교수는 『처음 뱀을 만질 때는 징그럽고 냄새가 역겨웠으나 이제는 오히려 뱀에 대해 애착이 간다』고 웃음 짓는다.
독사 독의 종류는 신경독과 조직괴사독 2종류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조직괴사독을 지닌 살무사·부독사·칠점사 3종류로 다른 나라 독사에 비해 비교적 맹독을 가지고 있어 연구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서 교수는 생체실험에서 효험을 본 「ISV3」이 인체에도 상당한 효과를 본다면 값싸고 위험지역에서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주사할 수 있는 치료약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재를 털어 연구에 몰두해 온 서교수는 올해 처음으로 문교부로부터 연구비80만원을 지급 받아 더욱 희망에 부풀어 있다. 【대구=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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