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유인원 '시저'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유인원인 주인공 시저. 전편에 이어 앤디 서키스의 연기를 바탕으로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영국 배우 앤디 서키스(50)는 컴퓨터그래픽(CG)만으로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풍부한 표정과 다채로운 감정 연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반지의 제왕’(2001~2003, 피터 잭슨 감독) 시리즈의 골룸, ‘킹콩’(2005,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다. 그의 연기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7월 16일 개봉, 맷 리브스 감독)에서도 어김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즉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디지털 신호로 읽어 CG로 표현해내는 기법을 통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유인원 시저를 탄생시켰다. 전편 ‘혹성탈출: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에서 고도의 지능을 갖기 시작한 시저는 이제 한층 더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앤디 서키스

 - 전편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둬 이번 속편이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과 기대가 매우 크다.

 “시간적 배경은 전편에서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주인공 시저는 오랑우탄·침팬지·고릴라·원숭이 등 모든 유인원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가정도 꾸린 상태다. 이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까지 익히며 진화해 왔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인간들이 등장하며 긴장이 시작된다. 인간과 유인원 모두 각각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존을 걸고 충돌한다. 여기서 시저의 내면적 갈등 또한 서서히 드러난다. 전편이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유인원의 이야기로 바뀌어 가는 영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유인원과 인간의 관점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동등하게 펼쳐지는 영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

 - 기술적인 면에서 전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굉장히 많은 퍼포먼스 캡처가 등장한다. 웨타(디지털 후반작업을 맡은 뉴질랜드 회사)의 실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듯 싶다. 이젠 배우의 표정과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만든 디지털 캐릭터의 표정 사이에서 차이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할 정도다. 대부분의 촬영을 스튜디오나 세트가 아닌 실제 야외에서 진행했다는 점도 전편과 큰 차이다. ”

 -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 때 어떻게 공감대를 찾고 연기를 준비하나.

 “캐릭터 성격의 핵심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해 뭘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접근의 시작이다. 동물에게도 성격과 감정이 있다. 거기 집중하면 사람 캐릭터에 접근하는 것과 똑같이 배역 분석을 해도 무리가 없다. 킹콩을 예로 들면, 물론 고릴라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했지만 그보다는 킹콩이 갖고 있을 고립감과 외로움에 더 주목했다. 사회에서 내쳐진 부랑자나 퇴물이 된 권투선수의 느낌과 감정으로 킹콩을 연기했다.”

 - 퍼포먼스 캡처를 이용한 영화가 많아지는데.

 “퍼포먼스 캡처에는 성별과 나이, 인종과 생김새의 제한이 없다. 창조적 상상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탈바꿈해 연기할 수 있다. 연기란 어떻게 보면 변신의 미학인데, 퍼포먼스 캡처는 이를 또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려주는 기술이다. 퍼포먼스 캡처가 다음 세대의 영화계를 주도할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링 도구라고 확신한다. 영국 런던에 퍼포먼스 캡처 프로덕션 & 컨설팅 스튜디오인 ‘이매지너리엄’을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퍼포먼스 캡처=배우의 표정·동작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디지털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구현해내는 기법. 배우들이 얼굴, 몸에 마커를 부착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 그 움직임이 화면에 디지털로 표현돼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아바타’(2009, 제임스 카메론 감독) 등에서 활용됐다. 모션 캡처, 페이셜 캡처 등으로도 불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