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수 심어 9년만에 부촌 이룩|양주군 광적면 비암리 백22가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양주의 북간도」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푸른 동산이 되었다.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비암리-.
23년 전까지만 해도 헐벗어 있던 마을 산에 잣나무·낙엽송등 유실수와 장기수 등 29만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자라고 있다. 1백22가구의 주민들이 이룩한 노력의 결실이다.
3백90㏊의 임야와 나무 값 등 산림계재산만도 4억 원.
의정부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이 마을의 산은 6·25전쟁 전에는 산림이 울창했던 곳이다.
전쟁을 겪으면서 심한 도벌로 산은 황폐했고 장마철이면 흙탕물이 논밭을 덮쳐 농사마저 지을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마을주민들이 56년에 공동으로 산을 가꾸자 며 산림계를 조직했다. 이승봉씨(70)를 계장으로 뽑은 마을 사람들은 먼저 입산을 막고 여기저기 자라는 자연생 소나무를 더 이상 도벌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부터 했다.
2명씩 한 조가 되어 밤낮으로 산을 돌며 도벌을 막았다. 어떤 때는 도벌꾼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다.
산을 지킨 지 15년만에 비록 잡목과 자연생소나무뿐이지만 산은 푸르러졌고 이래서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 비암리 산림계 주민들의 숨은 노력이 알려져 정부는 70년에 국유림 3백90㏊를 이 산림계에 무상으로 주었다. 마을재산을 갖게된 산림계원들은 바로 이산의 수종을 바꾸는 일에 나섰다.
연료 림이나 받침 목으로 밖에 쓸 수 없는 재래종 소나무와 참나무 등 잡목을 베고 경제수종인 잣나무·낙엽송등 장기수를 대량으로 심어 나갔다.
수종경신작업은 해마다 계속돼 지난해까지 29만여 그루를 심었고 수종을 바꾸면서 베어 낸 잡목을 팔아 마을에 전기를 끌어들였다.
식수기간에는 하루 90여명의 주민이 나와 나무심기·비료주기·풀베기 등의 일을 한다. 식수 때는 부인들까지 노래를 부르며 묘목을 심는다.
10여 년 전에 심은 나무는 이미 성 목으로 자라 앞으로 2, 3년이면 잣나무등 유실수는 수확을 보게 되고 나무를 솎아 베어 내는 간 벌 수입도 훨씬 늘게 된다. 2년 전에는 간 벌 수입으로 1가구에 5천 원씩 나눠주고 남은 10만원을 방위성금으로 내놓았다. 비암리 산림계원들은 유실수에 열매가 맺고 본격적으로 간 벌을 하게 되면 연간 수천 만원의 나무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꿈에 부풀어 있다. 【양주군 광적면=설동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