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유흥업소 접대비 손비 제외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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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세청이 8일 골프장 및 룸살롱 등 유흥업소 비용 처리를 접대비 인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결정하자 대다수 기업은 "기업의 경영 관행 등을 무시한 무리한 조치"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기업들은 정부가 접대비에 대한 총괄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 경영에 세세히 간섭할 필요까지 있는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골프장 등 해당 업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이라며 극력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엇갈리는 국내외 기업들 반응=A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접대라는 것은 기업 고유 활동의 하나"라며 "접대비 규모 등에 대해 규제하면 모르겠지만 정부가 접대 장소까지 일일이 지정하는 등 기업의 활동까지 규제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 B사 관계자도 "접대에 대해 어디는 가도 되고 어디는 안되고 하는 식으로 정부가 세세히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올바른 접대문화를 유도하고 계도는 할 수 있지만 그런 식의 통제는 지나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C사 관계자는 "술.골프 접대비가 손비로 인정되지 않으면 기업이 세금을 그만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즈니스 관행상 불가피한 접대를 감추기 위해 음성적인 방법을 찾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제대로 잘 이행이 될지 의문이다. 골프장 접대 등이 사실상 어려워지면 또 다른 접대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일부 그룹은 급박한 시행에 따른 무리수를 걱정했다.

반면 외국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투명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한국 P&G 관계자는 "각종 접대가 일반화해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접대비를 인정치 않는 외국 기업으로서는 어려움도 있었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말했다.

◇신중한 도입 필요=전경련 관계자는 "이른바 접대 문화란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접대 문화 내지는 접대비가 음성화돼 기업의 투명 경영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기업들의 무분별한 접대비 사용 등을 막는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경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현 상황에서 골프장과 유흥업소 접대 관행을 금지한다면 소비 위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경기 상황을 봐가며 천천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골프장.유흥업체=골프장경영자협회는 9일 "아직 입법예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성명은 내지 않겠지만 골프업계의 흥망이 달려 있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골프 접대 비용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회원제 골프장의 약 35~37%를 차지하고 있는 법인회원권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일본처럼 골프 업계의 줄도산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재경부 내에서도 혼선이 있다. 정책파트에서는 서비스 산업을 양성한다고 하면서 법인세제 파트에선 골프장과 룸살롱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고 있다"고 했다.

골프장 회원권 분양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최근 장기 불황에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책이 도입된 후 많은 골프장이 부도났고 문을 닫는 곳도 생겼다.

◇재경부 입장=재경부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룸살롱이나 골프장 등에서 지출한 돈은 접대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접대비 제한을 업종별로 하는 방안▶사업 관련성 유무를 따지는 기준을 정해 분류하는 방안▶접대비 한도를 더 줄이는 방안 등 4~5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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