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밀반출된 석조 문화재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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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석등·망주석·문무석인같은 우리나라 석조 문화재들이 일본에 대량 밀반출돼 고급 정원석 등으로 팔리고 있어 석조물의 해외반출 규제 대책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송산시「오까다」가(강전춘길)의 골동상회에서 지난 76∼77년 밀반출된 3백여점의 한국 석조 문화재들이 원매자를 기다리고 있음을 보고 돌아온 한 문학계 인사의 목격기 (「월간 문화재」2월호)를 통해 알려졌다.「오까다」골동상회의 한국 석조물들은 원래 2천여 점이나 됐는데 대부분이 팔려 나갔고 현재 남은게 3백점 정도라는 것이다. 대일 석재 수출을 가장해 선적돼 나간 이들 석조물들은 주로 주택의 정원이나 요정 앞뜰 등에 장식용으로 도열돼 있다는 것.
밀반출돼 나간 석조물들은 명당이라는 무덤에 세워졌던 것들로 이조 초기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것도 많다. 당시 1만여원에 팔려나간 석인 한쌍과 10만원 정도였던 석등은 현재 동경은좌통 골동상가에서 1백만「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도 경상도 일대에서 많이 흘러나간「경상도 맷돌」은 정원의 디딤돌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고 굽이 높은 것들은 정원 의자가 돼 있다는 것.
지난 75년 여름 경주의 3개 골동상에서 1회에 1천점씩 모아 내보낸 이들 맷돌은 당시3천∼6천원씩 받고 팔았던 것들이다.
석조물의 해외 반출 문제가 크게 부상한 것은 지난 77년초 경기도 벽제에서 1천여점의 석인군과 망주석 등을 모아 일본으로 내 보내려던 일당 4명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부터였다. 당시 경찰은 문화재 관리당국에 자문을 요청했다가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해석이 내려짐으로써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어쨌든 아직도 곳곳에 많이 산재해 있는 석조물들은 비록 비 지정이긴 하지만 상당수가 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고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미술품들임을 감안할 때 더이상의 해외 반출이 없도록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는게 문화재 관계 인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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