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촉하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민관식 부위원장 등 우리측 대표는 상오9시45분「자유의 집」에 도착하여 잠시 쉰 후 중립국감독위 사무실로 먼저 들어갔으며 1분 후 권민준 등 북한 측 대표 4명은 승용차로 직접감독위 사무실까지 와서 입장했다.
민 부위원장은 웃는 얼굴로『안녕하십니까』고 인사하고 양측 대표들은 악수를 교환했다.
권민준이 먼저『눈이 온 것은 아주 좋은 징후다』고 말하고 우리측 기자단을 보며『국제적 관심이 모여 있군요』라고 말했다.
민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꽤 많이 왔다』고 말하자 권민준은『분계선이 없으면 좋았을 것이고 여기서 합의가 성립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측은 기자단을 포함해 70여명이 수행했다.

<외국기자 19명 취재>
이날 회의는 공개회의로 진행되다가 약10분 후『이런 상황에서는 회의진행이 어려우니 보도진을 일단회의장에서 나가도록 하자』고 북한측이 제의한데 대해 우리측이 동의, 보도진은 회의장 밖에서 창문을 통해 취재했다.
회의장과 연결된 기자실에는「마이크」가 연결되어 발언내용을 들을 수는 있었다.
한편회의취재를 위해「워싱턴·포스트」지·CBS방송·「로이터」통신·「디벨트」지 등 10개의 외국 신문·통신·방송기자 19명이 취재했으며 이중 16명은 일본동경에서 내한했다.

<관광객들도 관심>
「자유의 집」과 판문각사이에 있는 중립국감독위 주변에는 1백여 명의 남북한 기자와 외신기자들이 몰려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기자들은 회의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감독위 건물 10여 개의 창에 매달려 사진촬영과 녹음에 열중했으며 일부는「프레스·룸」에 연결된 「마이크」로 회의진행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판문점에는「스위스」「스웨덴」「체코」「폴란드」등 중립국 감독위원들과 경비병들까지 회의에 관심을 가진 듯 회의장 창문에 매달려 있었으며 감독위원들은「무비·카메라」등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10분 동안 환담>
양측은 상오10시2분 북한측의 입장에 이어 마주 앉은 뒤 각기 악수를 나누고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회의에 앞서 양측 대표들은10여분동안 환담을 나눴다. 다음은 환담내용.
▲권민준=안녕하십니까.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아침에 떠 났나요.
▲민관식 부위원장=안녕하십니까. 아침8시경에 출발해서 도착했습니다.
▲권=눈이 많이 왔습니다. 다시 마주앉으니 대단히 기쁩니다.
▲민=나 역시 대단히 기쁩니다. 처음인 것 같군요.
▲권=모두 초면인 것 같아요.
▲민=북의(이창선 에게) IPU에 많이 다녀서 남한의 대표들도 많이 만났겠군요.
▲이창선=더러 만났지요. 지금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고 있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함병춘 위원=그럼요. 앞으로는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눠야죠.
△권민준=오랜만에 대화를 가진 셈입니다.
△함="민족염원을 풀어야하는 문제인 만큼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면 잘 될 것으로 봅니다.
▲이창선=민 선생, 담배를 피우십니까.
▲위병춘-안 피웁니다.(대신 대답)
▲백준혁=이렇게 기쁜 날 담배 한대 피우시지요.
▲이창선=눈이 많이 왔는데 오면서 보니까 눈이 녹고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남북한도 동결상태가 풀려야지요.
▲함=물론이지요. 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년에 전국강산에 풍년이 들겠지요.
▲이=대화에도·풍년이 들어야지요. 강원도 지방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함=우리도 동쪽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스키」타는 사람들이 매우 좋다고들 하고 있습니다.
▲민=(이동복대변인에게)대변인은 평양에 갔다 왔지요.
▲이동복 대면인=갔다 왔지요.
▲권=남북의 대화에 많은 외국기자들도 왔는데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백=군사분계선 없이 만났으면 좋을 텐데.
▲정홍진 간사위원=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고있는데 경계선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우리측은 「자유의 집」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백=잘해 봅시다.
▲정=유장식(남북 조절위 평양 측 위원) 선생은 잘 있습니까.
▲권=자기일 잘하고 있습니다.
▲함=(권민준에게) 「유엔」에 여러 해 계셨죠.
▲권=돌아 온지 한2년쯤 됐습니다. 선생이 잘 알겠지요. 생각해보니 얼굴을 본듯한 기억이 납니다.
▲함=서로 먼 빚에서 본 것 같습니다.
▲권=몇 해나 미국에 계셨습니까.
▲함=3년 남짓 있었습니다.
▲백=(민 부위원장에게)고향이 어디십니까.
▲민=개성이지요.
▲백=고향에 온 기분이 드시겠습니다.
▲민=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이루어지면 다시 고향에 가서 천렵이나 낚시질 등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고향을 한번 돌아보고 싶습니다. 【판문점=성병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