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와 내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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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가 14일 박대통령의 연두순시때 제시한 여러가지 청사진 가운데 중학교의 내신성적만에 의한 고교신입생선발, 대학입시에서의 대학별필기 시험페지, 대입예시필수과목에 제2외국어추가등 3가지 입시개혁방안은 크게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세부 실시방안의 추가적인 검토와 각계여론이 참작될 것이라 하니 우선 다행한 일이다.
문교부의 방안을 보면 고교입시제도개혁은 현재 중학1학년이 졸업하게 되는 81학년도부터 시행하되 고교평준화시책을 처음 실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 서울·부산에 실시하고 다음은 5대도시순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것이며, 대학별 필기시험의 폐지는 필기시험의 비중을 낮춰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지하고 예비고사성적만을 가지고 사정케 하되 고교의 내신성적비율을 현재의 10%선보다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예시과목에 제2외국어를 추가한 것은 올해 고교에 입학할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82학년도부터 실시한다고 되어있다.
현재의 외국어교육이 영어에만 편중되어있고 그밖의 것은 대학입시에서도 거의 제외됨으로써 고교에서 이를 배웠다 해도 사회에서 전혀 활용할 수 없을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인바 날로 증대해가는 세계무대진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제2외국어의 증시방안은 원칙적으로 환영할만한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고교빛 대학입시의 개혁방안은 학교교육의 정당화등 전진적인 제도개선이라고도 할수 있겠으나 실시시기·방법여하에 따라서 많은 문제점을 안게된다는 것을 또한 외면할수 없다.
우선 내신제를 전면 또는 부분확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팽배하지 않는가.
지역·학교간의 격차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마당에서 모든 학교의 성적을 동일수준으로 간주, 기계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합리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설령 중학교의 경우, 무시험제의 실시기간이 10년이 넘어 학교간의 평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수도 있겠으나, 고교의 경우는 차가 아직도 뚜렷하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일부 열성적인 지도를 한 사입고교의 성적이 두드러져, 또 다른 학교차를 보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신제의 공정성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불신풍조가 만연한 사회현실을 감안할 때 공정성시비가 일어나고 현재 다소 잠잠해진 치맛바람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되면 이 문제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짙다.
내신제도활용으로 고질적인 과외공부 열풍이 다수 누그러지고,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당국의 계산도 이렇게 되면 한낱 도시적인 판단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학교성적이건, 예시건 본고사건간에 경쟁이 있고 학벌중시 풍조가 존속하는한 과외의 열풍은 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예시만의 성적을 고려하는데에도 많은 문제가 따른다.
현재 예시의 출제방식이 단순한 선지형 객관적 평가방식인 한 고교교육을 암기·주입식 위주의 교육으로 몰고갈 우려는 끝내 불식키 어려울 것이다.
더우기 각 대학과 학과에 따라서는 제나름대로의 독특한 평가를 필요로할 경우도 충분히 있는만큼 예비고사결과만을 가지고 하는 일률적인 입시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원칙에도 어긋난 것이다.
하여간 문교시책은 국가장래의 운명을 좌우할 2세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내신제의 공정성유지를 위한 특별 「시스팀」의 개발문제, 입시에서의 대학특성의 보존문제등을 충분히 고려, 먼저 개혁의 기반조성을 이룬뒤 실시방법과 시기를 결정하는 신중성이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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