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당국간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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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대통령의「조건없는 남북대화」제의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궁극적인 국토통일을 위해 최선의 책임있는 성의표시로 내외의 지지를 받았다.
그것은 이 제의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에 의해 제기된 책임있는 의사표시였다는 점에서도 그러했고, 모든 수준의 당국자간 대화를 통해 무슨 문제든지 토의할 수 있다고한 폭넓은 문호개방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이 제의가 나옴으로써 지금까지 북한측이 고집해온 여러가지 토의형식과 의제들도 양측 당국자간 대화의 탁상에서 일단 거론될 수는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러한 대폭적인 문호개방과 무조건적인 대화제의는 평화정착과 조국통일을 희구하는 전민족적 염원실현을 위해 우리측이 얼마나 포용성있는 자세로 대화재개에 노력하고 있는가를 실증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형식과 반응내용에는 여러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내포되어있어 내외의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우선 첫번째 눈에 띄는 것은 북한측의 의사표시의 주체가 그곳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아니라「조국통일 민주주의전선」이란 이름의「정당사회단체연합체」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그 비공권력 단체의 제의내용 자체에 있어서도 대화형식을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회담이 아니라 정당사회단체들의 대규모 군중집회형식으로 하자고 한 점이다.
뿐만아니라 7.4성명 재확인이든 무엇이든 북측의 제의내용과 일정ㅔ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인 결정과 일방적인 통고로 시종하고 있다는 것도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다.
지난 25일밤 북한측의 박성철이 발표했다는 담화역시 사회단체 수준의「저통」제의를 뒷전에서『잘했다』고 칭찬하는 형식에 불과했지, 북한측 공권력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대한민국 당국자를 향해서 정식으로 공식반응을 보인 형식이었다고는 인정하기 곤란하다.
한 정치체제와 또다른 한 정치체제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적인 대화·협상·결정은 양측의 수권대표를 주체로 해서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요 세계적인 관례다.
남북한간의 제반문제를 토의하는 당면의 과제역시 양측의 수권대표인 당국자간 토의형식을 떠나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주민이나 군중만있는 무중력지역이 아니라 30여년간 공권력이 존속해온 두 정치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공식반응을 보였어야할 당국자는 뒷전에 물러앉아 있는데 아무런 권력주체도 못되는 일개 사회단체가 앞에 나서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일방적인 시간표를 짜가지고 통고 해온다는 것은 제의 사항들의 취지 여하간에 성실한 자세가 아니요 정도가 아니다.
7.4성명준수 재확인을 비롯한 북한측의 여러가지 제의는 양측이 합의를 하든,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든, 일단은 우선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토의에 회부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요 정도인 것이다.
이점에서 우리는 북한측의 당국자가 하루 속히 얼굴을 내밀어 우리측의 당국자를 향해 정식으로 예비회담제의에 호응해 올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설사 당국자간의 무조건적인 대화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실질문제토의에 들어가서는「전민족회의론」이나 군사문제관련사항등 북측의 변함없는 전략성만은 절대로 무조건적으로 묵과할 수 있는 사항이 못됨을 강조해둔다.
「전민족회의」란 이름의 군중집회형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도 못될뿐 더러, 이쪽의 혼란조성올 기대하는 전형적「혁명전략」이기 때문이다.
군사문제 관련사항 또한 남북의 군사력관계를 북측에 유리한 상태에서 붙들어 매어두려는 저의가 엿보이는 만큼 경계를 요한다. 정부의 치밀한 대처와 국민의 차분한 정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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