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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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젊은 여성들의 「부츠」 유행은 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요새는 구두를 돋보이기 위해서인지 승마복차림이 더 요란하다. 지금막 승마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다. 기왕이면 채찍이나 들고 다니면 더 멋이 있을터인데...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는지 모르나 군인들이 신고 다니는 장화는 「남성」 을 상징하는 것이다. 상투가 옛날 남성다운 표징으로 한국여인들에 매력적이었던 것과 다를바가 없다.
그러나 이런 유행을 탓할 용기도 없다. 집안식구 중에도 작년에는「부츠」를 신고 다니면 야단을 쳤던 내가 금년에는 뜨뜻해 좋겠다고 오히려 변명을 해주는 형편이니 묵인할 수 밖에…
며칠전 충남예산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도고온천장 어느 「호텔」에 들렀었다.온천물이 좋다기보다는 돈많은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기에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자고갈 시간은 없고하여 공동탕에 들어가 보았다.
잠시 피로나 풀까 하였더니 선전할 정도의 유황냄새도 그리 나지않았지만 어디가나 마찬가지로 종업원들의 불친절한 버릇은 공통적이었다. 묻는말에 대답도 잘 안하고 요금은 2중으로 받아 자시고 나중에는「팁」까지 뻔뻔스럽게 요구하길래 외국 관광객들에게 그런짓 했다가는 나라 망신시킬것이라고 달갑지 않은 주의까지 시키고 나왔다.
더구나 젊은 「마이카」 족속들이 아이들을 데리고와 「로비」 에서 방약무인 떠들고 뛰어다녀도 말리는 부모는 한사람도 없다. 「코피·숍」에 들어와서도 차드는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짓을 해도 그저 귀엽기만 한 모양이다. 부모들의 교양이 어떤지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겠고, 사업이나 한다는 신흥계급들의 돈만 있으면 제일이라는 속이 텅빈 사고방식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남이 한가지를 시작했다하면 뒤질세라 따라가는 풍조는 아직도 우리의 경제성장의 밑바닥이 건전치 못하고 들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흔히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빈부의 차이는 어느나라에나 있는것이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진사람의 언동이 문제다.
있어도 없는체하면 없는사람의 신경을 그렇게 건드리지는 않을 터인데 있는 사람이 자기를 과장하여 표시하고 다니니 없는 사람의 있는 자에 대한 반발의식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그들에겐 공동체의식은 없고 나하나 내가족만이 제일이다.
「호텔」에서 손님의 짐이나 들어다주는 소년의 표정이 겉으로는 은근하게 보였지만 무식하고 오만한 가진자에 대한 증오와 반항심을 엿볼수 있었음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경남대학장· 교육학· 1908년 서울출신·경성대졸업· 서울대대학원졸업·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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