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식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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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래를 전망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정세를 전망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외무성이 「일기예보식 전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몹시 수난을 겪고있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외무성이 연초 각 신문에「풀」해준「금년도 국제정세전망」이 일주일도 못돼 정반대로 뒤집어져 외무성 스스로도 아연실색했기때문.
최고의 「엘리트」가 다 모였다고 자부하고 있는 일본외무성의 「금년도 국제정세 전망」은 조건부이긴 하지만『비교적 밝고』「인도차이나」정세부문에서는 「베트남」이 「캄보디아」의 「플·포트」정권의 타도를 노려 정면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만인 7일 「프놈펜」 은 함락됐다.
일본외무성의 이같은 「엉터리 전망」은 외무성에 내재하고 있는『체질』때문인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전봉적으로 일본외교의 정세판단에는 『그렇게 되었으면』하는 희망을 무의식중에 넣는 버릇이 있다 한일외교에서도 『한일외교관계는 일본이 생각하는 식으로 처리되었으면』하는 너무나 일방적인 희망을 그대로 밖으로 나타내는 어리석음이 언제나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같은 체질때문에 작년가을의 UN안보이이사국 선출회의에서는 「아시아」의 약소국 「방글라데시」에 까지 참패하기도 했다.
일본의「매스컴」에서도 이같은 일본식외교의 체질을 엿볼 수 있다.
작년11월의 자민당 총재선거때 그 어느 「매스컴」치고 「후꾸다」전수상의 우세를 점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자신있게 내린 전망이 곧 엉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언제 그랬는냐는 식으로 모른체 하는것도 일본식 전망의 체질이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시시각각 험난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일본외무성의 망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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