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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41> 소고기, 얼마만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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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소고기는 우리 국민이 돼지고기·닭고기 다음으로 많이 먹는 육류예요. 하지만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은 14.4kg(2012년 기준)으로 우루과이(60㎏)·아르헨티나(55㎏)·브라질(39㎏)·미국(36㎏) 보다 훨씬 적은 세계 25위입니다. 소고기는 고단백 식품입니다. 어린이·청소년과 노인·환자에게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죠. 소고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보죠.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고기 색깔은 선홍색, 지방(脂肪) 색은 우윳빛이 돌면서 선명해야 한다. 양질의 소고기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2% 부족하다. ‘맛있는 소고기’의 조건은 다섯 가지가 더 있다.

소고기 생산국엔 대표적인 고기소 품종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두 품종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한우(왼쪽)와 미국의 대표 품종 앵거스(오른쪽)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같은 곡물 사료를 먹여 키워 올레산 함량이 높고 감칠맛이 좋다.앵거스는 원산지가 스코틀랜드다. 가혹한 환경에 잘 견디고 어떤 먹이도 잘 먹는다. 털 색깔은 진한 흑색이고 원통에 가까운 체형을 가졌다. 곡물 사료를 먹이면 살에 지방이 빠르게 축적돼 마블링이 잘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첫째로 지방이 풍부해야 한다. 소고기 속에 마치 서리가 내린 것처럼 지방이 박혀 있으면 군침부터 돈다. 이 ‘서리’를 근내(筋內) 지방, 영어론 마블링(marbling)이라고 한다. 마블링이 잘된 고기를 구우면 맛과 연관된 여러 휘발성 물질이 나온다. 또 마블링이 녹으면서 육즙이 고기에 고루 배어 고기 맛이 깊어지고 씹는 느낌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등심 중에서도 마블링이 ‘꽃’처럼 박힌 꽃등심이 비싼 것은 그래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키운 소에서 얻은 고기에 마블링이 잘돼 있을까?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 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고기에 마블링이 더 풍부하다. 대부분 곡물 사료를 먹여 키우는(곡물 사육) 한우와 미국산 소의 고기에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은 그래서다. 반면에 호주·뉴질랜드산(産) 소는 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어먹고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초지 사육 소에서 얻은 고기는 지방 함량이 낮아 고기가 덜 부드러운 대신 맛이 담백하다. 상대적으로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곡물 사육 소라고 해서 나자마자 곡물만 먹여 키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소의 경우 태어나서 12개월이 될 때까지는 어미 소의 젖과 알팔파·티모시 등 야생 목초를 먹도록 방목한다. 생후 12∼16개월엔 목초와 곡물 혼합사료, 16∼20개월엔 옥수수·콩 등 곡물 사료를 먹인다.

 둘째로 올레산(酸) 함량이 높아야 한다. 올레산(올레인산)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의 일종으로, 웰빙 식용유로 통하는 올리브유에도 많이 들어 있다. 올레산이 많을수록 소고기 맛의 평점이 올라간다. 소고기 지방 중 올레산 비율은 한우 48%, 미국산 42%, 호주산 32%, 뉴질랜드산 31%라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텍사스A&M대 스티븐 스미스 교수는 “일본 소 와규(和牛)의 올레산 함량이 가장 높고, 다음은 한국·미국·호주 소고기 순서”라고 밝혔다. 한국 소와 미국 소는 둘 다 곡물 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올레산 함량이 비슷하게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로 숙성(熟成, aging)을 잘 시켜야 맛이 살아난다. 소고기를 도축한 지 수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강하게 굳어지는 이른바 사후경직(死後硬直)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굳어진 소고기는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부드러워지고 깊어진다. 숙성엔 상당한 노하우가 요구된다. 우선 숙성 기간이 적당해야 한다(약 7일). 숙성 기간이 너무 길면 세균이 번식하고 지방이 산패(酸敗)해 육질이 떨어진다. 미국산·호주산 등 수입 냉장육은 대개 운송 도중 냉장 컨테이너 안에서 자연 숙성된다.

 소고기는 숙성 방법에 따라 습식숙성(wet aging) 과 건조숙성(dry aging)으로 구분된다. 고기 표면을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한 채 냉장 상태에서 1∼5주 저장하는 것이 건조숙성이다. 고기의 마른 겉 표면은 잘라내고 그 안에 숙성된 고기만으로 조리한다. 건조숙성된 소고기가 맛있는 것은 숙성이 진행되면서 수분은 제거되고 대신 풍미를 높여주는 성분들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분 손실로 인해 고기 무게가 줄어들고, 변색된 살코기와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건조숙성 고기는 까다로운 숙성 과정 탓에 기존의 습식숙성 고기보다 비싸지만 고급 취향의 소비자들에겐 인기가 높다.

 넷째로 냉동 소고기의 경우 해동(解凍)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냉동 소고기의 영양 손실을 줄이고 맛있게 먹으려면 물에 담그거나 전자레인지에서 해동시키지 말고 냉장고에서 천천히 녹여야 한다.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면 시간은 적게 걸리지만 고기에 열이 가해져 지방의 산패가 빨라진다. 또 육즙이 빠져나와 고기 양이 줄어들고 품질도 나빠진다.

 다섯째로 느긋하게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고기를 구울 때 채 익기도 전에 젓가락으로 자꾸 뒤집으면 맛이 떨어진다. 자꾸 뒤적이면 육즙이 빠져나와 퍽퍽하게 되고 속은 전혀 익지 않게 돼 고기 고유의 맛이 사라진다. 비유컨대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말려 먹는 셈이므로 제 맛이 날 리 만무다. 팬에 올려놓은 고기 위로 육즙이 배어나오면 그때 한 번 뒤집어 앞뒤를 한 번씩만 익혀 먹는 것이 고기를 잘 굽는 요령이다.

 ◆냉장육과 냉동육=소고기를 비롯한 육류는 생선 다음으로 상하기 쉬운 음식이다. 각종 부패 세균들이 선호하는 먹이인 수분·단백질이 풍부해서다. 특히 실온에 두면 부패가 가속된다. 25도 안팎의 실온에서 부패균들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고기를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장 또는 냉동시켜 보관 온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일반적으로 한우 등 국내산 소고기는 도축돼 판매될 때까지 7∼10일이 소요된다. 그래서 국내산 소고기는 대부분 냉장육(肉)이다. 미국산 냉장 소고기의 경우 도축한 다음날 가공돼 3일 내에 미국 내 검역을 마치고 부위별로 진공 포장된다. 이어 영하 1도∼1도로 유지되는 냉장 컨테이너로 실려 한국으로 운송되는 데 최장 20일이 걸린다. 수입 냉동 소고기는 대개 영하 40도의 냉동실에서 급속 냉동된 후 냉동 컨테이너에 실려 운반된다. 수입 냉장육은 한국으로 운송되는 도중 서서히 숙성된다. 숙성을 통해 육즙이 더 풍부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국내산·수입산이 같다. 수입 냉장육을 운송할 때 보존료(방부제)를 사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대개 온도 관리·진공 포장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고기소의 품종=한우는 학명(Bos taurus coreanae)에도 ‘한국(Corea)’이 들어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가족을 ‘식구(食口)’, 소를 ‘생구(生口)’라 했다. 원래 한우는 농경·운반 등을 위한 일소였다. 체격이 왜소한 한우는 과거엔 고기소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육종 개량을 통해 맛있는 고기소로 바뀌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평균 체중이 40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600㎏ 이상 나간다. 또 마블링이 부드럽고 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산이 풍부하며 육질이 우수한 것이 돋보인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고기소(肉牛)의 대표 품종은 애버딘앵거스다. 미국에선 애버딘앵거스 외에 헤어퍼드·샤롤레·미국산 와규 등 약 10종의 소가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된다. 애버딘앵거스(Aberdeen Angus)는 원산지가 스코틀랜드다. 가혹한 환경에 잘 견디고 어떤 먹이도 잘 먹는다. 털 색깔은 진한 흑색이고 원통에 가까운 체형을 가졌다. 곡물 사료를 먹이면 살에 지방이 빠르게 축적돼 마블링이 잘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산지가 영국인 헤어퍼드(Hereford)는 고기소로서는 덩치가 작은 편이다. 체질이 강해 넓은 초원을 이동하며 방목하기에 적합하다. 호주·뉴질랜드에서 헤어퍼드가 많이 사육되는 것은 그래서다. 원산지가 프랑스인 샤롤레(Charolais)는 색깔이 붉은 고기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부터 와규가 생산된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일본에서 생(生) 와규를 수입한 뒤 미국 방식으로 사육한 것이 미국산 와규다. 호주산 소고기의 주 품종은 헤어퍼드와 호주산 와규다.

 ◆국내산 소고기와 수입 소고기=소고기는 마트에서 원산지와 품종에 따라 각기 다른 매대에 진열돼 있다. 원산지 기준으론 국내산 고기와 수입 고기로 나뉜다. 국내산 고기엔 한우고기는 물론 외국 품종의 육우(肉牛) 고기나 젖소 고기도 포함된다. 육우 고기나 젖소 고기는 모두 외국에서 육종된 품종이다. 국내에서 태어나 기른 젖소와 육우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산 채로 들여와 6개월 이상 기른 것도 국내산으로 인정한다. 수입고기는 냉장·냉동 상태로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수입된 고기를 가리킨다.

 ◆소고기의 등급=한우를 비롯한 국내산 소고기는 마블링, 고기 색깔, 지방 색깔, 외관 등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1++(투플), 1+, 1, 2, 3등급(5단계)이 있다. 소고기의 등급은 맛이나 영양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참고사항일 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입에서 살살 녹는 기름 맛을 선호한다. 그래서 1++ 등급의 소고기를 최고로 치고 2등급 소고기보다 두 배 가까운 값을 지불한다.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이런 식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고기 등급 판정 제도는 나라마다 식습관, 산업 현황 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고기 등급 판정이 본격 시작된 것은 1927년부터다. 미국산 소고기의 등급은 미국 내 소비용은 물론 미국이 전 세계 11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소고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산 소고기는 품질에 따라 프라임(Prime)·초이스(Choice)·셀렉트(Select)·스탠더드(Standard)·커머셜(Commercial)·유틸리티(Utility)·커터(Cutter)·캐너(Canner) 등 총 8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는 대부분 최상위 두 등급인 프라임과 초이스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의 약 3%에만 프라임 등급이 매겨진다. 미국산 소고기의 절반가량이 초이스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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