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 차며 협동심 기르고 편견 허물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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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유소년 축구단 어린이들이 6월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축구를 즐기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여기로 패스! 여기, 여기!” 지난 일요일 오후 1시, 아산 선문대 풋살장에서는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뜨거운 햇빛에도 아랑곳없이 축구공을 쫓아가는 아이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이들은 바로

천안·아산 지역에서 유일한 ‘다문화가정 유소년 축구단’이다.

“축구를 하면서 건강해졌어요!” “여자인 제가 축구를 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워해요.” “정말 재미있어요.” 붉게 상기된 얼굴의 아이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아이들의 이야기와 표정에서 축구의 즐거움을 읽어 낼 수 있었다.

풋살장이 보이는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모습에서도 여유와 행복이 묻어났다.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이 소통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후원’과 ‘봉사’로 만들어진 사랑의 축구단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2010년 선문대 교직원들의 후원으로 축구단이 창설되면서다. 축구단 창단에 앞장선 선문대 학생경력개발센터 하채수(52) 센터장은 “축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다문화가정을 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지만 아직도 곱지 않은 눈길이 있어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며 “이들이 축구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축구단에 참여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축구단 활동 후 성격이 밝아졌다고 한다.

대만인 채추련(42·여)씨의 아들 보형이는 축구단 창단 멤버다. 또래에 비해 말이 늦어 걱정했는데 축구단 활동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장래 희망도 축구선수로 바뀌었다.

그러나 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축구단 운영에 드는 비용부터 코칭스태프까지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했던가. 하 센터장의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선문대 교직원들이 축구단 지원의사를 밝혔고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후원과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하고 있는 윤성희(21)·이상훈(21) 코치 역시 자원봉사자다. 선문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 선문대 축구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부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코치들은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시합에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축구 하고 싶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아이들이 시합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협동심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문화가정 유소년 축구단이라고는 하지만 꼭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축구단 멤버들 중에는 한국인 부모를 둔 아이도 있다.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신경미(47·여)씨는 축구단에는 그 어떤 틀도 없다고 말했다. 시작점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서였지만 그 아이들만 따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다문화와 비다문화 간 차이를 두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든 함께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남녀 불문 환영한다고 했다. 더불어 다문화가정 유소년 축구단의 후원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꼭 기사에 넣어 달라고 했다. “다문화·비다문화 할 것 없이 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꿈이고 희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울타리가 돼 줄 어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도 더 많아지면 좋겠고요.”

문의 선문대 글로컬 다문화교육센터

041-530-8122

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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