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문턱을 낮춰라|일본서 개혁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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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일본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나이가 「고령화」 추세를 보여 일본 법무 당국은 대학 재학생들이 응시하기 쉽고 합격률도 높일 수 있는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관 지망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5∼6년간 「낭인」처럼 고시 재수생 노릇을 해야 가까스로 합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격적 균형을 갖춘 인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게 그 주된 이유다.
뿐만 아니라 대학 재학생들이 사법시험을 경원하여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고 졸업 후 5∼6년 고시 준비를 하게 되면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이 유리하게 된다. 또 몇차례의 사법고시에 실패하면 연령 제한 때문에 민간 기업이라든가 다른 공무원으로 취직하기도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일본 법무 당국은 응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 제도를 고쳐 형사 소송법과 민사 소송법을 필수 과목에서 선택 과목으로 바꾸고 상법의 출제 범위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바 있다.
그렇지만 올해 두차례 있었던 일본 사법시험의 경우 응시자 2만9천여명에 합격자는 4백85명으로 합격률은 1·65%, 경쟁율로 치면 60대 1이 넘는다 (우리 나라의 금년 사법시험 경쟁율은 58·7대 1). 지금의 시험 제도가 마련됐던 20년전 합격율은 10·3%, 10년 전에는 3·4%였던데 비추어 합격율은 앞으로 더욱 낮아지고 합격자의 연령도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년의 경우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27·8세에 이르고 (우리 나라=25·1세) 있다. 대학 졸업생의 평균 연령이 22세이고 보면 결국 졸업 후 5∼6년 후에나 합격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일본 법무 당국은 현재 중·고령 응시자에 대해서도 문을 좁히지 않고 전체 응시자의 20%를 차지하는 대학 재학생들이 쉽게 합격할 수 있는 방안을 짜내려고 고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5백명 이상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따금 있어 왔다. 일본의 법조 인구 (판·검사·변호사)가 국민 7천2백33명 당 1명인데 미국 5백41명, 영국 8백94명, 서독 1천2백52명에 비해 너무 적다는게 이유였다 (한국은 1만5천12명당 1명). 또 판사와 변호사 수에 차이가 크고 신속 공평한 재판을 위해서도 사법시험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증원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일본 법무성 일각에서는 합격자 증원에 반대라는 견해도 일고 있다. 변호사가 일반 시민 생활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는 미국이나 재판에 강제적으로 변호사가 입회하도록 되어 있는 서독과는 사법 제도와 법의식이 다르고 법조인의 수준을 낮출 수 없으므로 합격율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도 인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법조인수를 늘리기 위해 작년까지 80명을 뽑던 것을 78년부터 매년 20명씩 증원, 81년에는 현재의 곱절인 1백60명을 선발키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합격자가 1백50명선 이상이 되어야만 이들에게 2년간의 사법 연수를 받게 한 다음 다시 시험을 치르도록 해 우수한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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