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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동북아 균형자론 들으니 대한제국 중립선언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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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박근혜(사진)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동북아 균형자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국가안보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통령께서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북아 균형자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100년 전인 1904년 러일전쟁 직전에 발표되었던 대한제국의 중립 선언이 떠올랐다"며 "중립을 선언하면 러일전쟁이 일어나도 조선 땅은 무사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심지어 북한까지도 우리를 균형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이 이런데 만약 우리가 한.미동맹을 벗어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면 이는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관계와 관련, 그는 "한번 손상된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본의 독도와 교과서 역사 왜곡문제에 대해 "우리의 영토와 주권에 대한 의도적인 도발행위"라며 "전범의 유골을 화장해 무덤에서조차 군국주의 부활을 막았던 독일의 사례에서 일본은 교훈을 배워야 한다"면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박 대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전보장, 경제지원, 북.미수교 등 어떤 선물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북한이 소위 금지선(red line)을 넘어 핵개발을 계속 강행할 경우 어떤 국제적인 제재와 냉엄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표는 공기업의 어음 발행을 금지하는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개정안'의 임시국회 통과를 주문하는 등 어음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성폭행 범죄와 관련해 그는 "부녀자를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전자칩이나 전자팔찌를 채워 감시하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뿌리를 뽑겠다"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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