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각과 사면통한 화기조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22일 경제부처 장관의 개편,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질 등을 포함한 대폭적 개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일반복권·특사 등 대규모 은사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은사 대상에는 김대중씨의 형 집행 정지와 김지하씨의 감형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일련의 조치에서 전환기에 처한 우리 나라의 국정을 새로운 기분과 새로운 진용으로 맞으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몇몇 의외 인물의 유정회 의원 기용에서도 그랬지만, 9대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국민총화를 위한 각별한 배려가 엿보인다.

<국민적 단합의 보로>
이러한 국민총화를 위한 노력이 국민적 호응으로 진정한 국민적 단합과 국내 정치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개각의 두드러진 특징은 신현확 부총리의 임명 등 경제각료의 대폭 개편이다. 80년대 전반이 포괄될 유신 2기에는 경제정책의 기조가 조정되고 사회개발의 우선 순위가 높아지리라 전망된다.
경제 「팀」의 면면을 보더라도 새로운 「팀」은 소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조화에 좀 더 치중할 것이 기대된다.
새 경제 「팀」을 이끌 신현확 부총리는 의원겸직 장관으로서 보사부장관 재직 시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복지 시책의 확대를 위해 노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안정 속의 지속적 성장」은 이 나라 경제정책의 정체 「캐치프레이즈」였으나 안정보다는 고도성장에 치중해온 것이 그 동안의 실상이었다.
지속적인 고도성장은 이 나라의 경제를 정체상태에서 벗어나 선진 권을 바라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반면에 적지 않은 그늘을 남겼다.
국제수준을 넘는 만성적 「인플레」 소득의 불균형에 따른 상대적 박탈 감의 심화와 과잉소비 「무드」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고도성장의 그늘은 사회구성원이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한다는 발전의 「에너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인플레·무드」의 수속>
새시대의 경제정책은 발전의 「에너지」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고도성장의 그늘을 해소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성장을 위해 안정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경제의 안정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물가가 안정되어야만 한다.
물가고는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그로 인해 근로의욕과 사기를 저하시켜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인플레·무드」는 소비질서를 교란시키고 투기를 조장해 사치와 낭비풍조의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물가고는 외국상품과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새 경제 「팀」은 안정과 발전의 제1의 공적인 물가고를 잡는데 당면 경제시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기 바란다.
그 동안의 고도성장에 따라 생활의 기본수요가 상당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로 기대 상승의 혁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승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상대적 박탈 감이 생겨난다.
경제적 수요란 측면에서도 전에는 쌀 같은 생존의 기본수요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쇠고기·고추·내구 소비재·「레저」등이 문제되고 있다. 욕구란 이렇게 질적인 변화를 한 것이다. 정책입안 자들의 발상 자체가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바꿔지지 않고선 이에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자원의 배분 면에서도 교육·주택·의료·교통 등 사회개발 부문에 보다 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주한미 지상군의 철수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범국민적인 노력으로 우리의 안보태세는 현재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
그러나 북괴는 그들 나름대로 지난번 살인무장 간첩의 남파로 표현됐듯이 우리의 후방을 교란하고 안보태세를 시험하려 들고 있다.
새 내각은 전면전·국지전·「게릴라」전·간첩침투 등 어떠한 형태의 북괴침투도 분쇄할 수 있는 전 방위적 자주국방 태세확립에 보다 전진해야 할 것이다.
자주국방이란 무력과 함께 국민의 단합된 사기의 총합으로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9대 대통령의 취임을 기해 단행된 일반복권과 대규모 사면 조치는 국민의 화기로운 단합과 자주국방을 위해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새 국제 환경에의 대처>
또한 지금은 외교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력 배양에 남다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때다.
미·중공의 수교, 일·중공 우호조약 체결, 주한미 지상군 철수개시 등 한반도를 중심한 외교환경은 크게 유동하고 있다.
지난날의 발상만 갖고 대처하기에는 우리의 주변 정세가 너무나 급「템포」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박동선 사건의 해결, 연말의 은사 등으로 우리의 국제적 「이미지」와 외교입장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외교의 독자영역을 대폭 확대해갈 책임이 새 내각에 있다.
국제환경의 변화를 의연하게 받아들여 지혜롭게 대응함으로써 국가안보를 국제적으로 뒷받침하는데 만의 일이라도 유루가 없기를 기대한다.
전환기에 선 우리국가를 향도할 이번 내각은 발상자체를 새 시대에 맞춰 전환해 감으로써 내정·외교 수행에 유연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개각에 붙여 각료들이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새 활력을 불아 넣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