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전쟁 빨리 끝내 피해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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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통령궁을 비롯한 바그다드 중심부를 미군이 전격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랍권의 여론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개전 초 이라크군의 뜻밖의 항전에 고무됐던 아랍 언론들은 이라크군의 무기력한 대응에 당혹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인터넷판은 8일 "공화국수비대를 비롯한 이라크군은 바그다드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한탄 섞인 의문을 제기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중동의 군사전문가 살라마 술라이만 박사를 인터뷰해 '바그다드.바스라 어떤 상황인가'라는 제목으로 왜 바그다드가 저항없이 무너지고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이 같은 당혹감과 허탈감은 전쟁의 조기 종결 요구로 이어졌다. 시리아 관영통신 SANA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7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라크전의 조기 종결과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작업에 유엔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전후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7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아랍 6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카타르의 하마드 빈 자심 알 사니 외무장관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전쟁을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아랍 언론은 티그리스강 동안(東岸)의 바그다드 구시가지를 언급하면서 "시가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아랍 일간지 알 하야트는 "미군이 바그다드 일부를 장악했지만 군사적으로 승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황을 평가했다.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 아흐람도 1면 기사와 사설에서 "미군의 치고 빠지는 전술로 바그다드의 일부가 침략군의 손에 넘어갔지만 시가전은 이제 시작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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