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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 '우승 코드'는 허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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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TG가 지난 7일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을 동양에 내주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2승1패로 앞서 있는 TG가 오히려 불리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TG의 앞날은 여전히 38세의 팀 리더 허재에게 달려 있다.


사실 허재는 지쳤다. 허재의 아버지 허준(74)씨는 "다섯 달마다 녹용과 인삼을 달여 보냈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아직도 코트를 누비는 아들이 자랑스럽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작전 시간에 헉헉거리며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쳤어도 허재는 허재다. 아직도 허재를 '알고' 막은 선수는 없었다.

허재가 진면목을 보여준 경기는 지난 5일 2차전이었다. TG는 전반을 13점 차로 뒤졌지만 3쿼터 시작하자마자 허재의 패스워크가 빛을 발하면서 연속 여섯 차례의 공격을 성공시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허재는 마크맨을 끌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겹수비를 유도해 동료들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줬다. 반면 3차전은 허재야말로 TG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료들은 허재의 패스를 기다리다 함정수비에 볼을 뺏겨 대량 실점의 빌미를 만들었다.

허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동양의 수비를 쉽게 해준다. 막을 타깃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김승현.박지현.김병철이 돌아가며 맡더라도 제몫을 해내는 허재의 위력은 대단하지만 허재에게도 한계는 있다. 시리즈가 후반으로 갈수록 TG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린다. KBS 박수교 해설위원은 "TG가 지쳤고 공격 루트가 노출돼 4차전 이후로는 동양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흐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위원이 말하는 'TG'는 곧 허재다. 반면 KBS스포츠의 박종천.iTV의 장일 해설위원은 "노련한 TG 쪽에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TG의 '노련함'도 곧 허재다.

허재는 늘 '이긴다'는 각오로 코트에 나선다. "우승을 한다면 당장 유니폼을 벗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의 고백은 1백% 진심이다. 프로 출범 후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일궈본 일이 없었기에 우승을 향한 그의 소망은 간절하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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