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춘 표준어 정의 폭넓게 복수로 표현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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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가 지금 표준말로 규정하고 있는 말은 40년 전에 조선어학회 (한글학회) 에서 사정한 것인데 그 사이에 8·15와 6·25의 큰 역사적 변동기를 두 번이나 겪었기 때문에 우리 말은 상당한 변모를 입게 되었다. 여기에 표준말을 다시 사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
하나의 언어 체계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시간·지역·계급이 그것인데 지금 표준말은 현대 서울의 중류계급의 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엄격한 의미의 서울말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되었고, 중류계급이란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므로「서울 지역의 말」로 범위를 넓혔고 중류계급 대신「교양 있는 사람」이란 표현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표준말을 쓰는 사람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범위를 넓힌 결과 지금까지는 한가지 뜻의 말은 한가지로만 규정되었던 표준말이 복수로 인정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된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한가지 뜻에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표준말이 인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말에 복수 표준말을 인정하게 되면 표준말을 사정하는 의의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이점 여러 의견을 들어 다시 조절해야 할 것이다.
발음 법이 사전에 따라 달리 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지금의 서울말의 발음이 그만큼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표준말 사정 작업에서는 이러한 동요가 심한 긴소리·된소리 따위를 넓게 조사·검토했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위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려서 매우 곤란을 겪은 것이 상당히 많이 있었으니, 하나 하나의 말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의견이 다시 모아져야 더 적절한 표준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호랑이」 따위는 모두「호랑이」따위로 발음한다고 하나「호랑나비」따위가 있으므로「호랑이」따위를 표준으로 해야 하지 않잖느냐 하는 의견도 매우 많다.
일반 의견을 모으는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그 동안에 많은 분들이 의견을 발표하여 더 적절한 표준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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