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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환경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도 행정에 있어서의 인권유린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권 주간을 맞아 재경 2개 변호사회가 서울 시내 3개 구치소 재소자의 인권 실태를 조사, 관계 당국에 제출한 건의서에 따르면 구치소마다 재소자들은 거의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3.3평 정도의 방에 12∼17명씩 수용돼 있으며, 심한 경우 단 한 평밖에 안 되는 방에 12명이 수용돼 서로 포개서 잠을 자야 하는 실정이라 한다.
이밖에도 치약·비누 등 생활 필수품 지급이나 구내 운동 면회시간 그리고 목욕 규정 등이 원칙대로 지켜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식수와 세수 양치할 물까지도 부족한 실정이고, 신발이 모자라 맨발로 다녀야 할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제까지 교도소는 폐쇄지역이란 특수 여건을 배경 삼아 재소자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가 공공연히 저질러지고 있다는 항설이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높은 담 벽으로 가려진 교도소 내부의 사정은 좀처럼 외부에 알려지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두 변호사회의 실태 조사로 드러난 교도 행정의 실태는 그 동안의 항설 이상으로 그것이 재소자들의 생존 여건조차 제대로 확보해 주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범죄 행위에 대한 1차 적 책임을 공동사회 자체에 돌리고 따라서 범죄인을 인도적으로 처우하는 것이 범죄 예방을 위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 재소자에 대한 훈육과 처우도 가혹한 처벌보다 그들이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교도소가 범죄자의 사회 격리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복귀를 위한 교화장인 이상 재소자에 대한 인간적 대우는 필수적인 것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기결수를 수용하는 교도소의 존재 양태가 이럴진대 피의자와 피고인 등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미결수를 수용하는 구치소 시설은 더한층 인도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이른바 교육 행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교도 행정이나 수용 시설은 아직도 전근대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창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교도소 건물부터 우선 구식 구조물의 기분 나쁜 측면이 제거되고 현대적 기준에 따라 난방 및 통풍 시설과 휴양 시설까지도 충분히 확보되도록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수용자의 분류 제도도 과학적으로 운영하여 재소자들을 성별·경력별·성격·잠재력·위험도 등에 따라 적절히 구별함으로써 수용 중 범죄의 감염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실례로도 상습성이 없는 범죄인과 상습범을 잡 거케 한 것이 출옥 후 재범을 저지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됐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법무 당국은 행형 제도의 일대 혁신을 통하여 재소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를 근절하고 수용자 중심의 개방 교도를 지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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