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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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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김태형
HS애드 미디어센터 상무

올해 초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여우주연상을 배출해 이목을 끌었다. 1997년 인터넷을 통해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2009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콘텐트까지 자체 제작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곤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년의 남성만이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남겨져 있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젊은 층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TV 콘텐트를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광고회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평균 이용시간에서 모바일이 TV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나타난 시청률보다는 오히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체감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도 속출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중 모바일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전체의 64%에서 2017년에는 7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가 TV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TV는 가족 모두를 시청자로 삼기보다 개인화된 개별 시청자를 배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에 비유했던 파스칼의 고전적 정의는 이제 옛말이 됐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현대인을 일컫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온라인에 연결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이버네티쿠스(homo cyberneticus), 미디어에 의해 유지·운영되는 사회를 빗대어 표현한 호모 미디어쿠스(homo mediacus) 등의 신조어들이 속출한다. 이를 보면 50여 년 전 『미디어는 마사지다(The Medium is the Massage)』로 정의한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통한 감각기관의 확장을 ‘마사지’라고 표현했다. 3D TV로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고, 손가락으로 터치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상황을 대입해봐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상형문자에서 인쇄기 발명까지 5000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인쇄기에서 TV까지는 500년이 필요했다. TV에서 웹까지는 50년이 걸렸다. 변화에 가속이 붙으면서 웹에서 앱까지는 2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웹 기반 정보기술(IT) 전문지인 와이어드는 2010년 “월드와이드웹은 죽었다. 이제는 앱이 대세”라고 선언했다.

 이런 속도라면 앞으로 10년 후의 주도적인 미디어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에 서열이 있다면 앞으로도 오랜 기간 미디어가 가장 위를 차지할 것이다. 미디어를 멀리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태형 HS애드 미디어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