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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종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2년 사회학자「멜빈·매독스」가 현대인의 정신상황을 진단하면서「광기신봉」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바 있다.
그러나 그때의 공감은「그럴듯하다」는 느낌이었을 뿐 그걸 실감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했다.
어느 의미로「인민사원」종교의 집단자살, 대량학살 극은「매독스」를 위해 좋은 실증적 증거를 마련해 주었다.
어찌「매독스」에게 뿐인가. 실증적 증거를 중시하고 이성적 합리적 사고·행동을 신조로 생활한다는 일반 미국인에게도 한가지「확실한 자료」로 제시된 것이다.
그것은「비 이성의 시대」「광기의 시대」의 종말적 증언이다.
「인민사원」종교 집단사건의 주인공이 미국인들이기에 더욱 미국의 병리를 의식하게도 된다.
자유의 천국이요, 풍요의 상징, 따라서 현대문명의 위대한 금자탑인 미국의 고민을 실증한 사건인 때문이다.
더 이상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친 듯 행동하게 된 시대. 종교나 예술도 광기가 미학적 교의로 유행하는 사회의 무서운 귀결을 설명해 주고있다.
이 종교집단의 교주「존즈」가 피해망상·성도착 등 정신결함에도 불구하고 하층계급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것도 그 시대의 산물이다.
소외계층이 불만을 호소할 때, 기성 종교가 의로운 자들을 외면할 때, 체제정치가 아무 응답을 하지 않을 때「존즈」같은 자들은 대신 손을 뻗고있다.
어떤 면에서「존즈」는 광기시대의「악마적 구원자」인지도 모른다.
뿐 아니라 혹세무민의 집단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광기문학의 심각성은 너무도 분명해 진다. 「광기문화」는 이미「이성」을 죽인지 오래지만 무력한 기성종교나 부패한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이 같은 광란을 더욱 조장해 갈는지도 모른다. <공종원 외신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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