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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원본 그대로 복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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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기웅 열화당 발행인(오른쪽)이 사진가 김녕만씨로부터 김구 선생 사진 원본을 기증받고 있다. 돌아가시기 3일 전 백범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원로 사진가 이명동 선생이 1949년 6월 23일 경교장에서 찍었다.

이기웅(74) 열화당 발행인은 책 만드는 일을 ‘영혼을 염(殮)한다’고 표현한다. 우리 기록문화유산을 올바르게 세우는 일이 그만큼 엄중하고 장엄해야 함을 비유한 거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선교장에서 열린 제3회 ‘선교장 포럼’에서 이 발행인은 “위대한 기록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우리 시대에 용기 주는 제 목소리 그대로 염하려하니 전 국민이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오는 26일은 독립운동가 백범(白凡) 김구(1876~1949) 선생이 서울 경교장에서 돌아가신 지 65년 되는 날이다. 고인의 자서전이자 일종의 유서(遺書)인 『백범일지』가 처음 출간된 지 67년째를 맞지만 그동안 간행된 80여 종 여러 판본이 원본을 크게 훼손한 채 전해 내려와 육필 원고를 제대로 받든 정본 만들기가 시급하다는 문제제기다.

 ‘『백범일지』 어떻게 복간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백태남 열화당 편집위원은 “1947년 국사원에서 출간한 초판본을 윤문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이광수가 인명·지명 등의 착오, 내용을 뒤바꾼 서술, 원문 생략 등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뒤 이를 저본(底本)으로 한 다른 판본이 계속 출간돼 백범 선생의 정본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백 편집위원은 정본 『백범일지』를 다섯 권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1·2권은 친필본 상·하권과 구술본 하권 등을 원본의 한자와 한글을 그대로 표기한 세로짜기로, 제3권은 원본 내용을 한글 위주 현대어로 쉽게 풀어서, 제4권은 친필본(보물 제1245호)을 원래 형태로 영인한 복각본으로, 제5권은 김구 선생의 사진 화보와 연보를 포함한 자료편으로 펴낸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김지하(73) 시인은 “백범이 해방 정국에서 이 민족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화’라고 답한 것이 무슨 뜻이었을까 평생 숙제였는데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대답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문화란 민족의 핵심 영역을 말씀하신 것이라 짐작하는데 『백범일지』 복간본이 내게 답이 될는지 기대하겠다”며 “지금 우리를 감싼 처연한 슬픔을 빛으로 들어올리자”고 말했다.

강릉=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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