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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티키타카'가 안 통한다 … 브라질은 강호들 무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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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티키타카'가 안 통한다 … 브라질은 강호들 무덤

브라질의 변덕스럽고 무더운 날씨에 ‘패스 축구’가 힘을 잃고 있다. 대신 효율성을 강조하는 실리축구가 떠올랐다.

 15일(한국시간) B조에서 코스타리카가 강호 우루과이를 3-1로 제압했다. 14일에는 세대교체 중인 네덜란드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5-1로 격파했다. FIFA랭킹 1위인 스페인의 대패와 B조 최약체로 지목됐던 코스타리카의 승리, 모두 뜻밖의 결과였다.

 이번 대회 8경기 중 7경기에서 3골 이상의 다득점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3.5골이 터진 건 무더운 날씨와 연관이 깊다. 살바도르는 겨울인데도 한낮 온도가 섭씨 33도를 넘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B조 1차전이 시작될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나란히 한 골씩 주고받은 전반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는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의 몰락을 재촉했다.

 비에 젖은 스페인 선수의 다리는 무거웠다. 전방 압박이 느슨해졌고 네덜란드의 공을 뺏질 못했다. 수비라인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반면 네덜란드는 스리백(3-back)을 중심으로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한 방을 노리는 효율적인 축구를 했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3), 미드필더 이니에스타(30)와 사비 알론소(33) 등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끈 선수들은 티키타카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활기차지 못했다.

 반면 네덜란드 최전방의 로빈 판페르시(31)와 아리언 로번(30)·베슬레이 스네이더르(30)는 빠른 공격으로 지친 스페인을 정신없이 흔들었고, 다섯 골을 꽂아 넣으며 무적함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분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은 “스페인이 점유율을 어떻게 올릴지 연구하는 동안 나는 어떻게 골을 넣을지만 고민했다”며 “스페인 수비를 깨는 연구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네덜란드와 스페인전은 역사상 최고의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타리카는 구식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스리백 전술로 우루과이를 격파했다. 기온이 섭씨 30도였고 습도는 60%를 육박했다. 더위에 강한 코스타리카는 전반 24분 에딘손 카바니(27)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를 뒤집었다. 완강하게 버티다가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빠진 우루과이는 코스타리카의 두터운 수비벽을 두들기다가 제 풀에 지쳐 무너졌다.

 정교한 패스로 2011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일본도 더위와 비에 무너졌다. 혼다 게이스케(28)가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19분과 21분 윌프레드 보니(26)와 제르비뉴(27)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패했다. 기온은 27도까지 올라갔고, 습도는 77%였다.

 이탈리아는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4)의 역전골에 힘입어 잉글랜드를 2-1로 이겼다. 전반 35분 이탈리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28)가 선제골을 넣었고 곧바로 대니얼 스터리지(25)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5분 발로텔리가 월드컵 데뷔전에서 천금 같은 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는 또 다른 악동 웨인 루니(29)를 앞세워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탈리아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루니는 월드컵에서 9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살바도르=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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