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팬택 출자전환 어찌할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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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들이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15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팬택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한다. 이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판매장려금) 채권 1800억원을 출자 전환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파산할 경우 이통사들의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팬택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다.

 SK텔레콤이 총 1800억원 매출채권 중 절반을,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30%와 20%를 보유하고 있다. 이통 3사들은 또 현재 60만 대에 이르는 팬택의 스마트폰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7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4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최악의 경우 팬택이 파산하면 판매장려금으로 이미 지급한 매출채권 1800억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데다 사후 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재고 단말기의 처분도 어려워질 수 있다.

 산업은행은 올 3월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고 팬택의 2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결정했다.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결정 시한은 다음 달 4일까지다. 이번 출자전환 안이 무산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팬택은 2007년 4월부터 약 5년간 워크아웃 상태였으나 20분기 연속 흑자에 힘입어 2011년 12월 졸업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3분기 이후 다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책장려금을 출자전환하더라도 이후 매각할 때 감자를 거치면 이를 회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출자전환에 동참하지 않으면 팬택이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커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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