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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로망을 쇼핑한다 명품 소비 비중 50%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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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짬을 내서 운동을 해요. 야근을 하게 돼도 헬스장은 다녀와요. 살이 찌면 나이 들어 보이잖아요. 관리가 필수인 시대예요.” 대기업 영업팀에서 일하는 임창식(46) 차장은 오후 6시가 되면 회사 제휴 헬스장을 찾는다. 늘 멋스럽게 차려입고 다니는 그는 사람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임 차장은 “비슷한 연배의 한 부장은 배도 많이 나오고 연일 같은 옷을 입는다. 함께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마다 창피하다”고 속내를 밝히면서 “이제 남자도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지 않나”라고 말했다.

남성 스킨케어 시장 세계 1위

 남자가 변했다. 스스로 거울을 보며 외모를 관리한다. 화장품을 바르고, 슈트를 갖춰 입는다. 패션 아이템도 꼼꼼히 챙긴다. ‘또 다른 나’로 대변되는 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남성 1인당 스킨케어 화장품 구매비용이 가장 많은 나라로 한국이 꼽힌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 세계 남성 스킨케어 시장은 33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64%에 해당하는 21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시장 규모는 6억3500만 달러. 1인당 소비액은 25달러30센트로 2위인 덴마크보다 3배가 크다.

 남성은 소비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고, 이에 이들의 소비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홍보 담당자는 “대도시에 거주하며 외모에 투자하고,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나 명품 의류 및 액세서리 소비를 즐기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온라인에서 쇼핑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자기표현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패션·스포츠 분야의 소비가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업계는 “남성들이 차지하는 명품 소비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쏟는 주요 남성 소비층 덕분에 올해 매출이 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는 남성 소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남성 가치소비족’이 증가하면서 여성 못지않은 소비력을 보이고 있다.

불황에도 골프 즐기는 블루칼라 증가

 금융업에 종사하는 김영호(35) 과장은 지난겨울 골프에 입문했다. 주변 동료들이 주말이면 함께 골프를 즐기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김 과장은 고가의 골프용품도 ‘풀세트’로 마련했다. 요즘은 주말이면 필드에 나가 친구·클라이언트 등과 골프를 즐긴다. 가족과 함께 컨트리클럽을 방문해 1박을 머물다 오기도 한다. 물론 그의 ‘애마’(아끼는 자동차)와 함께 한다. 골프는 김 팀장의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이 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여가 관련 지출이 증가, 소비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럭셔리 스포츠’로 인식되던 골프를 즐기는 ‘골프인구’가 증가해 눈길을 끈다.

 골프존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골프를 시작한 비율이 높아진 계층은 ‘남성’ ‘30대’ ‘블루칼라’ ‘300만~400만원대 소득’인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존 측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30~40대 젊은 직장인층이 적극적으로 유입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골프인구 성별 비율은 남성이 74.4%, 여성이 2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령대별로는 40대(32.8%)가 가장 많고, 30대(30.6%)와 50대(21.7%)가 뒤를 잇는다.

 골프용품 전문업체 테일러메이드 관계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규 골퍼의 유입이 지속되는 것은 골프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면서 “승패 이상으로 운동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젊은 층이 증가해 다양한 스포츠용품의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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