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 대통령상 「멀고 긴 터널」의 연출가 김상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수상작은 내 성격과는 꼭 맞아떨어지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를 추리극 형식으론 펼쳐 가면서 「슬라이드」를 삽입하는 등 내 나름대로 의욕적인 시도를 했던 작품이었읍니다』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의 대통령상 『멀고 긴 터널』(현대극장·이재현 작)의 연출가이며 이번 연출로 연출 상을 받은 김상열씨(37)는 이렇게 말한다. 「멀고 긴 터널」은 6·25당시 해주 형무소 사건을 토대로 한 전쟁 고발 극으로 양민 학살 혐의를 받은 한 반공 포로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참신한 연출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부터 연출을 전공한 김씨는 『연출이란 이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졸업 이후 계속 현장을 다니며 산지식을 익혀 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조명이며 미술·음향 효과 등은 극장 조건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연출가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은 연출의 기교보다 연기자들과의 호흡을 맞추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름 있는 연기자보다 젊은 배우를 기용, 거의 생활을 같이하다시피 했지요.』 김씨는 이번 연극제 출품작 『길』(극단 「작업」)의 작가이기도 하다.
『희곡은 자유롭고 연극의 뿌리가 되기 때문에 연출보다 관심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연출로 상을 받은 걸 보니 쓰는 쪽은 재주가 모자라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좋은 희곡을 써 스스로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관심 있는 「테마」는 우리의 민속극적인 특성을 살린 「뮤지컬」 그 동안 쓴 희곡으로는 『서낭당』(문공부 공모 희곡 당선) 『길』(삼성 미술 문화재단 공모 당선작) 『탈의 소리』 등이 있다. 연출 작품은 『햄릿』 『이수일과 심순애』 등, 요즘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조연출을 맡고 있다. 아직 미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