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으로 접근해야 할 인사 검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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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호 02면

새로 지명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안전한 국가, 효율적인 정부, 소통하는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들에 대한 인사 검증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그 절차, 즉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폭로와 매도가 ‘검증’으로 둔갑해 난무하고 있다. 전체 맥락을 거두절미한 채 일부를 편집해 부각시킨 KBS의 보도가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이를 기화로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강하게 반응하는 대중심리 기제가 발동하면서 무차별적 여론재판이 진행되는 형국이다.

 문제 발언이 나왔다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강연 동영상 전체를 본 이들 가운데엔 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많다. 새누리당에선 그 동영상 전체를 본 다음 처음의 반대 의견을 철회한 의원도 있다. 이처럼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선 공개적 청문회를 통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도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야권은 이를 아예 봉쇄하려는 듯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게 과연 상식적인 행동인가. 다양한 생각과 가치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 자기들 사상은 자유로워야 하고, 반대편 사상은 매도돼야 한다는 건가. 사상 검증을 통해 반대 정파에 타격을 주려는 수법은 과거 독재정권이 하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빨갱이’에서 ‘친일’로 프레임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중적인 모습은 그뿐이 아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북한에 내줬다, 아니다 하며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으로 논란을 빚을 때도 ‘맥락을 보자’는 게 야권의 주장이었다. 그러던 게 이젠 거꾸로 맥락보다 편집된 부분적 표현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을 당 대표로 모신 야당이 총리 후보자에게 국정 경험이 없다고 비판한 것은 웃고 넘길 만하다.

 범법 행위를 저질러 감방에 다녀온 분이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인사청문회를 맡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가 과연 검증의 칼을 쥘 자격이 있나. 그가 청문 대상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무슨 도덕적 고결성과 인격적 고매함을 풍기겠나.

 인사 청문이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자유롭게 돌팔매질을 하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후보자의 자질과 직무 수행 능력을 국민 앞에서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먼저 후보자에게 주장과 소신을 표명할 기회를 주고, 그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총리·장관 후보자들도 청문회에서 소신을 밝히고, 자질과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마녀사냥 식으로 일관한다면 누가 집권해도 똑같은 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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