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서양 음악 만남의 장 될 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세계 각지에서 온 여성 작곡가들이 한국의 전통음악과 생활 양식을 직접 경험해 작품 세계가 더욱 풍요로와졌으면 합니다. 또 여성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펼쳐보이는 것 못지 않게 동.서양 미학의 만남도 중요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국내 작곡가들이 대부분 국악기로 연주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계여성음악인동맹(IAWM)의 아시아 지부장을 맡고 있는 재미 작곡가 겸 거문고 연주자 김진희(46)씨가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03 세계여성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일 내한했다.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에서 거문고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영원한 바위'를 KBS 교향악단(지휘 아포 수)과의 협연으로 국내에서 직접 초연하고 오는 12일엔 연세대 윤주용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도 참가한다.

"전업(프리랜서) 작곡가로 산다는 것은 생활의 여유와는 거리가 멀죠. 생활비 걱정이 끊이지 않으니 언제나 불안합니다. 하지만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는 것도 재미있어요. 다행히 미국은 새로운 음악의 공연을 지원해 주는 기관이나 단체가 많아 한국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서울 태생으로 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미국서 활동 중인 김씨는 캘리포니아 밀스 칼리지에서 전자음악과 작곡을 전공했다.

UCSC와 코넬대 등에서 상주(常住)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전통음악과 악기 소개를 곁들인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다. 국악기의 시김새, 즉 농현(弄絃)을 '살아있는 음(living tone)'이라고 소개해 미국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보이스트인 남편 조셉 첼리(58)와 함께 즉흥 연주 무대를 꾸며오고 있는 그는 99년엔 전자 거문고를 고안했다. 이에 앞서 92년 크로노스 4중주단이 초연한 '농(弄)록(Rock)'도 그의 작품. 거문고와 현악 4중주를 위한 곡이다.

김씨는 오는 9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청을 받아 남편과 재즈 연주자 2명, 국악 연주자 3명과 함께 즉흥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