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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방위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만화가 「라이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킹콩」에 비유하고 있다. 이 「킹콩」은 집도 사람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다.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각하』, 『그 (인플레)를 「캠프데이비드」로 초대하면 어떨까요?』.
「라이트」는 이렇게 풍자하고 있다. 「캠프데이비드」는 몇주 전 「카터」 대통령이 중동 평화의 실마리를 푼 산장이다.
미국의 8월 현재 「인플레」는 7·6%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물론이고 서독의 3배, 일본의 1·8배나 높은 수준이다. 무역 수지 적자도 지난 8월 현재 2백10억「달러」나 된다.
일본의 흑자 1백70억「달러」, 서독의 1백16억「달러」와는 실로 엄청난 대조를 이룬다.
전후의 황폐 속에서 미국의 수혈을 받아 복흥한 패전국 서독이나 일본이 오늘 무역 흑자로 오히려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컬」 하다.
동경의 외환 시장에선 한때 「달러」 값이 1백70「엔」 (1「달러」당)대로 떨어졌었다. 서독 어느 도시의 음식점에선 아예 「달러」를 받지 않는다는 쪽지까지 써 붙였다고 한다.
「카터」 대통령은 이미 수출 진흥책을 발표했었다. 수출입 은행의 대출 한도를 늘리고 해외 취업자의 조세 부담을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들어본 얘기여서 별로 신기해 보이지도 않는다.
역시 미국의 업계서도 별 흥미를 갖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병의 증상을 고치려는 것이 지병 자체를 치유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비판도 있다. 그들은 우선 미국의 공공 투자 부문을 대폭 줄여야한다고 주장한다.
「카터」 행정부는 다시 임금과 물가를 규제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도 기업 측의 반대가 뒤따른다. 『서기 301년 「로마」 제국은 강력한 규제 조치들을 취했었다. 그에 대한 역사의 보상은 멸망이었다.』 이런 무서운 엄포를 서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카터」 대통령은 1일 미 연방 은행의 대출 금리를 1%나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달러」화의 국외 유출을 막으며 국외에서의 「달러」 투매 열을 식히려는 조치다. 사실 요즘 같아선 「달러」는 쌈지 속에 넣어두기보다는 빨리 팔아 치우는 것이 유리하다.
아무튼 「카터」의 「달러」 방위 조치는 제일 먼저 금값을 폭락시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온스」 당 2백42·25「달러」에서 2백25「달러」로. 금의 국제 공정가는 73년이래 42「달러」로 되어 있다. 그동안 「달러」값이 얼마나 굴러 떨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는 미국이 서둘러 「인플레」를 억제하지 못하면 내년엔 반드시 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닥친다는 예고를 하고 있다. 우리도 「달러」 방위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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