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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흥분한 350명의 여성들…조금만 더 벗어 보라며 열광하는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홀. 여성들의 환호 소리로 열기가 뜨겁다.

-남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는?
“처음 보는 여자!”, “남의 여자!”

대담한 질문과 답들이 오간다. 무대 위에서 남자들이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내린다. 곧이어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속옷까지 다 벗은 남자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끊임없이 “조금 더!”를 외치는 여성들. 무엇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을까?

바로 KBS2 ‘남자의 자격’에서 이름을 알린 음악감독 박칼린이 선보인 ‘미스터쇼’다. 최용진, 이국영, 이천은. 이들은 ‘미스터쇼’의 ‘미스터’들이다. MC 정철호는 350명을 초대한 이 쇼의 호스트다. 미스터들은 8가지 테마로 여성들을 유혹한다. 오직 여성만 입장이 가능하다. 남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본능’을 드러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4월 25일은 남성들도 일부 입장할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MC 정철호는 그날 공연이 “정말 조용했다”고 했다. 여성들의 ‘내숭’이 발동된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그날 여성 관객들은 “몰라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스터쇼’의 수위는 이때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정도다. 미스터들이 나신으로 등장하는 장면도 있다. 팬서비스도 확실하다. ‘랩댄스(lap dance, 누드 댄서가 관객의 무릎 위에 앉아 추는 선정적인 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잡았던 강은홍(27·여)씨는 “일상생활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C 정철호는 ‘미스터쇼’의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그는 “야한 농담을 유쾌하게 하면서 여성들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다. 대본 없이 매일 애드리브로 진행한다.

‘미스터쇼’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다. 스트립쇼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출연진 최용진은 “그런 비판은 공연을 못 보신 분들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미스터들도 첫 공연을 선보이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갈등했다. 그는 “밥 먹을 때도 운동할 때도 그 생각만 했다. ‘과연 이게 될까?’”라고 했다. 이천은 역시 “팬티까지 벗어야 한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이 왔다”고 말했다.

우려 속에 진행된 첫 공연은 ‘여심’을 제대로 훔쳤다. 관객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관객 신미순(56)씨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관객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연출이 좋았다”고 했다. 국적도 제각각이다. 해외에서도 알고 찾아온다. MC 정철호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포르투갈어까지 공부중”이라고 했다. 인기에 힘입어 ‘미스터쇼’는 최근 연장공연이 결정됐다.

‘미스터쇼’는 한마디로 ‘몸의 향연’이다. 미스터들은 완벽한 몸을 위해 혹독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한다. 이천은은 오디션 당시 ‘몸짱’이 아니었다. 그는 “옆구리에 튜브가 몇 겹이나 있었다”며 “이후 두 달 동안 매일같이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은 또 있었다. 이국영은 “몸치에 박치다”라며 “회사에서 준다는 생명수당만 믿고 (죽어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전히 ‘미스터쇼’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미스터들을 힘나게 하는 건 행복한 관객들의 표정이다. 최용진은 “‘미스터쇼’는 여성 전용 병원”이라고 했다. 마음껏 박수치며 웃을 수 있어 건강해지는 공연이란 뜻이다. ‘미스터쇼’는 뮤지컬이 아니다. ‘미스터쇼’는 ‘쇼’다. 쇼는 쇼일 뿐, 해석을 하려 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저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즐겨 달라 했다. 관객이 완전히 ‘미칠’ 수 있도록 오늘도 그들은 벗는다. 남성이 입장해도 여성이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그날까지.

더 많은 인터뷰는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동영상=최효정 기자 misirl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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